[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 상황과 경영 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반대로 몰락의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조명하는 특별기획 [50대 기업 대해부], 이번 회에는 대한전선을 조명한다. 그룹의 태동과 성장, 계열사 지분구조와 후계구도 등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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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과 비교해 매출이 18%나 늘어난 2조4445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도 675억원에서 822억원으로 늘어나 22% 증가했다. 이는 호주와 남미 등 새로운 시장 개척과 부가가치가 높은 초고압전력과 광통신 부문의 비중 확대 등 신 성장동력 발굴에 꾸준히 노력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선택과 집중의 성공사례
대한전선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자산 5조6000억원(전년 3조7000억원)으로 재계 30위(공기업 포함 36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올해는 자산총액 8조6000억원으로 재계 25위(공기업포함 32위)를 기록하는 등 덩치를 계속 키우고 있다.
대한전선은 2000년대 들어 국내 전선시장의 성장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래성장을 위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대한전선의 전선사업이 자재와 건설 등 전체 시스템을 일괄적으로 공급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중견 건설사들에 대한 인수를 시도해 온 것도 사실이다.
2007년 10월 시공능력 순위 99위의 명지건설을 인수했으며, 남광토건 인수전에는 직접 뛰어들지 않는 대신 남광토건의 최대주주인 알덱스 지분을 사들이며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추가 지분을 흡수하기도 했다.
대한전선은 그동안 신사업 발굴에도 주력해왔지만 돈이 안 되면 정리하는 것에도 과감한 모습을 보여왔다.
실제 1983년 당시 회사 매출의 50%를 차지하던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 사업을 대우전자(현 대우일렉트로닉스)에 넘겼던 과거의 기억도 재무개선을 목적으로 그룹 핵심사업을 포기했던 사례 중 하나다.
이처럼 선택과 집중에 능한 대한전선이지만 지난해 불어닥친 글로벌 위기와 특히 건설업계의 경영악화는 대한전선에 악재로 작용하며 재무부담을 늘리고 있다. 지난 2006년 6310억원 정도였던 대한전선 총차입금은 지난해 2조15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난 상태.
이로 인해 최근 대한전선은 상환 우선주 발행, 계열사와 개발사업 지분매각 등 유동성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 속 사업다각화 후유증
한편 대한전선은 창업주인 고 설경동 전 회장의 3남이자 2세경영 체제를 이끌던 설원량 회장이 2004년 3월18일 타계하면서 대한전선은 본격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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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설원량 회장 타계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끌고 있는 임종욱 대한전선 부회장.> |
고 설 회장은 평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늘 강조했고, 세금에 대해서도 “번만큼 세금을 내는 게 당연하다”는 지론을 가졌다. 재벌가에서 일반화돼 있던 변칙 증여나 편법 상속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렇게 정직한 부자로 존경받던 대한전선은 2004년 오너경영 체제를 마감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그 주인공으로 낙점 받은 인물이 지금의 임종욱 부회장이다.
임 부회장은 탁월한 리더십으로 30년 넘게 대한전선을 이끌어온 설원량 회장의 빈 자리를 메우고 있으며, 전선업을 기반으로 꾸준한 성장동력을 발굴하려고 부단히 애쓰고 있다.
지난 1974년 공채로 입사해 재무회계와 관리, 회장 비서실장 등을 거친 그룹 재무·기획통으로 알려진 임 부회장은 설 회장과 함께 신사업 진출과 사업 구조조정 등 굵직한 업무를 추진해오며 그룹 내에서도 후한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일각에서는 2002년부터 사들이기 시작해 무려 10여군데에 달하는 인수 기업들이 자금경색을 불러일으키며 재무상태를 악화시키자, 문어발식 M&A로 무리하게 몸집을 키우려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임 부회장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창립 반세기를 맞았던 지난 2005년에 제시한 ‘글로벌리딩 전선기업’을 위한 노력으로 분주하다.
이 같은 비전 달성을 위해 이미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을 65% 수준까지 확대됐으며 그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대한전선이 이처럼 전문경영인 체제가 안착되어 가고 있는 분위기지만 최근에는 3세가 이끄는 오너 경영체제로의 전환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고 설 회장의 부인인 양귀애 명예회장은 장학재단과 문화재단 사업에 무게를 두며 경영일선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이지만 장남인 설윤석 상무의 행보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올해 29살의 비교적 젊은 나이로 상무 자리까지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설 상무는 오는 10월29일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이사로 선임될 전망이어서 그룹 내 입지도 달라진 모습이다.
이에 설 상무의 경영수업이 끝나는 시점이 언제가 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며 그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 변화가 일어날지 그룹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