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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름값 잡기’ 허송세월 1년6개월

주유소담합조사도, 폴사인제 폐지효과 ‘글쎄’

이철현 기자 기자  2009.10.13 14: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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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그동안 물가 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기름값을 잡기 위해 내놓았던 정부의 다양한 가격 인하 정책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후 기름값 안정화를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하면서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기름값은 정부의 노력을 비웃는 듯 널뛰기를 계속하고 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유류세 10%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부는 출범 직후였던 지난해 3월10일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조치를 실시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지속, 통제 불능의 상태로 빠져 들면서 이 같은 조치는 빛이 바랬다.

   
당시 배럴당 107.93달러를 기록했던 서부 텍사스 중질유 선물유가는 이후 7월14일 145.49달러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보였다. 정부는 리터당 휘발유 소비자가격이 82원정도 인하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당시 국제유가의 이 같은 상승세 때문에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오히려 이 같은 한시적 조치가 종료되면서 올해 초 한 주 만에 휘발유 값이 리터당 12원 이상 급등하는 등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부담감만 더 커졌다.

이후 정부는 추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다가 ‘실내 냉·난방 온도제한’을 일반 가정까지 확대,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나오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성 논란이 일면서 과태료 부과 등의 강제조치 대신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겠다며 한 발 물러나는 촌극을 빚고 말았다.

◆잇따른 실패, 실망 가중

정부는 석유제품의 관세 인하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부터 휘발유와 경유, 중유, 등유 등 4개 석유제품의 할당관세를 3%에서 1%로 인하한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외국제품의 국내 수입가를 낮춰 국내제품과의 경쟁을 유도, 가격을 인하해 국민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정부는 “관세율 인하에 따른 직접적인 수입증대 효과는 미미하지만 석유제품에 대한 가격인하 압박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국내 휘발유 시장이 정유 4사의 공급물량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역시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미미한 가격 차이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제시장의 석유제품가격과 국내 판매가격과의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2000년대 초 타이거오일 등 80여개의 수입사가 국내 정유사와의 가격경쟁에서 도태돼 시장에서 퇴출됐던 전례도 수입업체들에게는 부담이다.

국내 업체들의 견고한 시장지배력을 지켜본 수입업체들이 또 다시 위험을 감수하고 석유제품 수입을 추진하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현재 정부의 관세인하에도 불구, 휘발유를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하는 업체는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정유사 간 공급경쟁 촉진을 목적으로 도입된 폴 사인제 폐지 효과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1일부터 폴사인제를 폐지했다. 주유소로 하여금 다양한 정유사의 제품을 공급받도록 해 정유사 간 경쟁을 유발시켜 기름값을 내리겠다는 의도였다.

폴사인제가 폐지되면서 주유소는 혼합판매 사실만 표시하면 다른 상표의 정유사 제품을 팔거나 여러 정유사 제품을 섞어서 판매할 수가 있게 됐다. 하지만 상당수 주유소들은 여러 정유회사의 제품을 판매할 때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의식해 혼합판매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 정유사와 맺은 계약이 만료되지 않은 주유소들이 다른 회사와 공급계약을 맺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제약도 폴사인제 폐지 효과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4개 정유사에 폴사인 교체 의사를 밝힌 주유소는 한 곳도 없는 가운데 여러 개의 폴사인을 달고 다양한 정유사 제품을 복수 판매하는 주유소도 거의 없다.

주유업계 관계자는 “(폴 사인제가) 없어졌지만 지금 상황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며 “정유사와의 관계도 있기 때문에 당장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름값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정부는 최근 농협주유소를 확대하는 대책을 내놔 각 지자체와 주유업계의 원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갖가지 방안에도 기름값이 내려갈 조짐이 보이지 않자 최근에는 농협과 마트 주유소 확대하는 공격적인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마저도 각 지자체와 지역 주유업계의 원성을 사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크고 작은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오직 기름값을 잡기 위한 목적으로 질이 떨어지는 값싼 석유제품을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친환경 정책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공정위 조사, 우연의 일치?

이런 가운데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주유소 가격 담함조사도 시작됐다. 공정위는 전국 200여개 주유소의 가격 담합 혐의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중이다.

이에 주유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주유소 관계자는 “기름값 내린다고 농협이나 대형마트에게는 관대하게 베풀고 기존 주유소만 죽이려고 한다”며 “이런 것이 주유업자 죽이기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기름값을 반드시 인하하겠다며 큰 기대감을 안긴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한 시민은 “서민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좋은 의도인 것은 알고 있지만 지금 보면 그 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무조건 인하하겠다는 것보다 장기간 기름값이 인상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좀 더 다양한 방안을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위한 정부의 후속정책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