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포스코(회장 정준양)가 끊이지 않는 대형악재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18년간 자사에 부품을 납품해온 협력업체로부터 최근 수백억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한 건 ‘악재’ 축에도 못 낀다. 시급한 건 코앞으로 다가온 지식경제위원회 국정감사. ‘포스코 회장 선출과정, 권력실세 개입 의혹’과 관련, 자칫 잘못하다간 ‘왕(박태준)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회장들이 줄줄이 증인석을 메우게 생겼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6월말, 경제개혁연대가 제기한 ‘포스코 이사회 의사록 열람 청구 가처분신청’이 법원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사회 회의록 공개여부를 떠나 포스코로서는 ‘회장선출 정치권 개입설’이 또 다시 여론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면초가에 빠진 포스코의 현 시점과 그들이 풀어야할 과제에 대해 차례대로 소개한다. 이하 본문은 말로 주고 되로 당할 위기에 놓인 ‘포스코, 수백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걸린 내막’이다. 오성 측과 복수의 업계 관계자 증언에 따라 사건을 재구성했다.
국내 최대 철강회사인 포스코가 의외의 ‘복병’을 만나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근 철강부품제조업체인 ㈜오성으로부터 120억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했다.
여기까지만 두고 봤을 땐 얼핏 ‘다윗(오성)’과 ‘골리앗(포스코)’의 싸움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어보면 꼭 그렇지 만도 않다. ㈜오성을 둘러친 ‘병풍’이 만만찮은 인물인 까닭이다.
◆말로 주고 되로 받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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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포스코의 ‘무리한’ 부탁을 ㈜오성이 받아들이면서부터다. 당시 포스코는 해외주요 고객사 중 하나인 중국소재 일본기업인 ‘무석마쓰시다’사에 600여톤의 냉연철판을 수출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해 3월 결국 일이 터졌다. 무석마쓰시다사로부터 “철판 안쪽 형상이 나쁘다. 페이퍼슬리브(종이대롱)에 철판을 감아 달라”며 반송조치와 함께 클레임이 걸려온 것이다. 포스코와 ㈜오성 간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다.
급히 종이대롱 27개 필요한 포스코는 ㈜오성에 도움을 요청했다. 처음 ㈜오성은 포스코의 부탁을 정중히 거절했다. 종이대롱은 그동안 해오지 않던 사업부문으로 판형을 새로 짜야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적은 물량도 문제였다.
이러한 이유로 ㈜오성이 종이대롱 납품을 거부하자 포스코는 새로운 제안을 내걸었다. 월 1만개에서 1만5000개씩 일정물량을 구매해 줄 테니 종이대롱을 개발해 달라는 것이었다.
정부로부터 우수 벤처기업과 환경기업 인증까지 받았던 오성이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제안을 받아들인 ㈜오성은 수많은 시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또 금융권에서 총 11여억원을 대출받아 기계설비 등 생산라인도 완벽하게 갖췄다. 여기에 공장도 새로 건립했다.
그러나 포스코는 중국 무석마쓰시다사의 클레임을 해결되자 당초 약속과 달리 태도를 바꿨다. 계약을 무시하고 태도를 바꿨다. 고객사의 클레임 해결을 위해 ㈜오성을 끌어들여 놓고는 막상 문제가 해결되자 등을 돌린 것이다.
결국 ㈜오성 2006년 말 끝내 도산하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 공장마저 경매에 넘어가 애써 만들어 놓은 재고품마저 헐값에 처분하게 됐다.
◆한나라당 실세 전격지원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길거리에 나앉게 될 판인 ㈜오성이 승부수를 던졌다. 포스코를 상대로 120억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률대리인으로 ‘법무법인 아시아’를 지목한 것이다.
포스코가 여느 때와 달리 바짝 긴장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성이 내세운 법무법인 아시아의 대표변호사가 바로 한나라당 김학원 전 최고위원이기 때문이다.
14년 만에 정치인에서 본업인 변호사로 컴백한 김 전 최고위원은 신한국당(현 한나라당)과 자민련 등을 오가며 내리 3선을 할 정도로 관록을 겸비한 정치인 출신 법조인이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서울 남·북부지원 판사 출신으로, 이번 소송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고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지난 9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얘기를 들어보니 하청기업으로서 억울한 게 많아 사건을 맡게 됐다”며 “정식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녹취록 등 소소한 증거물들을 이미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자민련 대표 시절,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의 보호와 지원대책을 위해 앞장서 왔다. 이번 골리앗과 다윗의 법정다툼에 전혀 새로운 결론을 기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