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독일의 유명시인 안톤 슈나크의 작품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이라는 수필집을 선물 받았다. 손때 묻은 책 속 유려한 문체들의 슬픈 기억들을 읽어가며 나도 가만히 슬픈 장면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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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표 기자.> |
울고 있는 어린 아이만 봐도 슬프고, 밑창이 다 닳고 헤진 신발을 봐도 이상하게 슬프다. 하물며 커피자판기가 커피는 뱉지 아니하고, 동전만 꿀꺽 했을 경우도 여간 슬픈 게 아니다.
살면서 슬프게 기억되는 장면을 떠올리면 수도 없어 보인다. 이처럼 슬플 것이 많은 세상일진데 요즘 들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매일 아침, 조간신문이나 포털사이트 뉴스들을 살펴보면 이 조그마한 땅 덩어리에 참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남을 느낀다.
물론 그 중에는 우리를 즐겁게 하는 일도 더러 있고, 가끔은 분노케 하는 일 또한 있지만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생겨나니…
위장전입과 탈세, 투기 등 구린내가 가득한 양반들이 청문회에서 진땀을 빼며 기어이 벼슬자리 얻어 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이 슬프고, 경기침체를 탓하며 직원들 임금은 동결시켜도 자신의 비자금 주머니는 가득 채워두는 대기업 사장님들의 모습에 슬프다.
한 시민운동가가 정부를 비판했다고 국가가 시민을 고소하는 해외토픽감(?) 뉴스를 만들어준 국정원의 어리석은 용기에 또 슬퍼지고, 이산가족 상봉을 하루 앞둔 지금 이 순간 명단에서 제외돼 올해도 외로운 추석을 보낼 이들의 찢어질 가슴을 생각하니 함께 슬퍼진다.
17연승의 대기록을 세우고도 부활한 호랑이의 기세에 눌려 1위 문턱서 좌절된 SK와이번스를 생각하자니 팬의 한사람으로 슬퍼지고, 별들만 모여 있다는 미국 메이저리그야구에서 연일 국위선양을 하면서도 누구들처럼 ‘병역 브로커’를 몰라(?) 입영일자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추신수 선수 생각에 슬프다.
수입쌀의 공격에 풍년 수확을 눈앞에 두고도 재고량만 늘어가는 쌀을 보며 한숨을 내쉴 농민들 생각에 슬프고, 가진 자들이 탈세를 일삼으며 떵떵거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분노할 봉급쟁이들을 생각하면 또 슬퍼진다.
이 세상 슬프지 않았던 사람이 어디 있겠으며, 삶 속에 슬픔이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 따사로운 가을햇살이 잡힐 듯 잡히지 않아 오늘 내가 슬퍼하였듯 그런 찬란한 슬픔만이 존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