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금 우리사회가 ‘세종시’ 문제를 놓고 시대의 영웅을 간절히 부르는 것 같다.
그만큼 사안이 엄중하고 쉽지 않다는 뜻이다. 국민들도 찬, 반으로 의견이 갈려 있다. 정치권도 각자 계산이 복잡하다. 누가 이 뇌관을 먼저 터트리나 눈치를 보면서 비상대기 중이다. 민주당은 믿져야 손해 볼 것 없다는 계산을 이미 끝내 놓고 10월 재보선 전에 불을 당 기고 싶어 하는 모양이다.
한나라당은 말로는 원안통과를 읊어대지만 속이 타는 것 같다. 수도권을 무시 할 수도 없고 충청민심을 포기 할 수도 없는 처지다. 청와대는 아직 말이 없다. 충청출신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정부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라고 벼르고 있다. 이래저래 세종시는 계륵(鷄肋)이 돼 버렸다.
당초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해소를 내세웠던 세종시 문제는 2002년 대선 당시 표심을 의식한 노무현 후보의 충청 상륙작전의 일환이자 수도이전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당시 노 후보는 ‘신행정수도’ 건설이라고 포장하여 수도이전이라는 반발과 의혹을 피해갔다. 그 결과 총청표심을 성공적으로 끌어안아 대통령이 됐다.
여기에 한나라당이 맞장구를 쳤다. 두 번씩이나 국회에서 이 안을 통과시켜줬다. 여야의 정략적 타산의 합작품이 오늘의 세종시 문제다. 세종시 문제에서 국익을 외면하고 기회주의적, 당파적 이익을 쫒은 한나라당의 잘못이 더 크다. 잘못된 일인 줄 알면서도 정략적으로 결정된 행정수도 건설의 무모한 행진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
수도분할로 결과 지워 질것이 뻔한 세종시 문제가 우리의 소중한 국부(國富)를 두 조각 내 국가가치를 추락시키고 국격(國格)을 훼손시키는 우매함은 없어야 한다. 60년대 브라질은 역사적 배경과 도시기능을 소홀히 한 채 내륙발전을 외치면서 수도를 옮겼지만 실패했다.
‘세종시’건설을 백지로 돌리자는 것이 아니다.
국익을 앞에 놓고 미래지향적으로 세종시의 성격과 기능을 바꾸어 보자는 것이다. 자원없는 미래한국의 성장동력은 과학에 있고, 과학은 교육과 맞물려있다. 세종시를 대한민국의 미래와 생존을 이끌 두 가지 축인 ‘교육과 과학’의 메카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 하에 세종시를 행정도시가 아닌 ‘교육․ 과학특구’로 지정해서 자유무역지대처럼 모든 규제를 풀어 국내외에 문호를 과감히 개방해 보자. 유수한 각급 해외교육기관을 유치하고 초등과정에서부터 외국어로 학습을 시켜 국제경쟁력을 키우는 등 역대 정권이 못 이룬 ‘교육혁명’의 단초를 마련해 보자.
돈 없어 조기 해외유학을 보내지 않아도 대한민국의 학부모가 원 없이 자식들을 교육시켜 볼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보자는 뜻이다. 이곳을 교육과 과학의 성지(聖地)로 만들 수 있다면 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이겠는가? 국익이 정파의 이해에 함몰돼서는 안 된다.
정치권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세종시 문제를 푸는 첫 단추는 역설적으로 이회창 총재에게 있지 않을까? 이 총재와 자유선진당은 원안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 총재로서는 수도권도, 충청권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익과 대한민국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이 총재가 먼저 쉽지 않은 애국적 결단을 내려야한다. 그래야 한나라당이나 민주당도 움직일 것이다. 큰 정치인이라면 한국정치의 숙명과도 같았던 지역정치의 끈을 놓아 주어야 옳다.
충청인들도 언젠가는 그의 충정을 이해해 줄 날이 있을 것이다. 이 총재가 세종시를 교육과 과학의 메카로 만들자고 하고, MB 정부를 향해서는 오히려 북쪽으로 한 발자국씩 국가의 기운을 펼쳐야 한다고 채찍질 한다면 그는 진정 조국과 북녘의 우리국민을 생각하는 참된 지도자로 각인되지 않을까?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기 파주시 교하(交河)지역을 ‘통일청’으로 신설하자는 계획이 있었다고 한다. 멀리 내다 본 역사적 통찰과 혜안이었다. 어떤 경우라도 국가중추의 남하가 통일을 포기하는 것처럼 비추어져 분단고착의 신호를 보내는 어처구니없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 총재나 충청인을 위해서도, 국가나 북녘의 우리 동포들을 위해서도 이 일을 마다한다면 이 총재 역시 일개 평범한 필부에 지나지 않았던 사람으로 기억에 남았다가 잊혀 질지 모른다. 정치인에게 ‘망각과 잊혀 짐’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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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병훈/정치학 박사, 본지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