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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도 건설사도 '피가 마른다'

[르포] ‘유령도시’ 한숨 도는 세종시 현장에선…

류현중 기자 기자  2009.09.22 17: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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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계약해지를 당한 건설사는 평균적으로 설계비 20억원과 계약금 70억~80억원 등 약 1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건설사에겐 심각한 경영 압박이 될 수 있다. 특히 관급공사를 추진 중이던 건설사가 정부 측으로부터 계약해지를 당할 경우 해당 건설사는 더욱 치명적이다. 차후 관급공사 수주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관계를 망라해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 개발을 둘러싸고 갈등이 심화되고 이는 가운데 세종시 배후단지의 민간아파트 분양사업을 둘러싸고 정부 측 토지공사와 건설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토공이 중도금을 납부하지 않은 특정 건설사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해당 건설사는 법적공방을 검토하는 등 분쟁이 심화될 조짐이다. 그 현장을 다녀왔다.


건설사 측은 행복도시 건설이 일정대로 추진되지 않자 토공으로부터 공급받은 토지에 대한 중도금과 잔금 납부를 미뤘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 5월 말부터 2만771가구의 분양이 쏟아져야 했지만 현재 12개 건설사 모두 불투명한 분양성에 중도금을 선뜻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세종시의 당초 목표인 인구 50만명을 이전시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고 자족기능이 없을 경우 이전한 기관들이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기관의 공무원이 모두 옮겨 와도 1만명밖에 안 된다는 점이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을 더해도 1만2000명 정도다. 이들의 가족과 학교·상가·병원 등에서 일할 사람까지 합쳐도 5~6만명을 채우기 쉽지 않다. 노무현 정부가 계획한 인구 50만명의 10% 수준이다.

특히 이전 대상 부처의 공무원 중 가족과 함께 이주하겠다는 사람이 적어 이 수치도 낙관적이란 주장도 있다. 이러다 밤이나 주말이면 인적이 뚝 끊기는 ‘유령 도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50만 도시? 5만명 채우기도 막막’

이에 따라 정부와 여당은 세종시로 이전할 정부부처의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기업과 대학의 이전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내 10대 그룹 중 한 개 본사와 교육과학기술부를 포함해 1~2개 부처를 옮기고 서울대 공과대학이 이전해 과학도시 기능으로 특성화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따라서 건설사는 아파트 분양 연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토공 측은 중도금 납부를 이행하지 않은 12개 건설업체 가운데 풍성주택․쌍용건설 등 두 개 업체에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계약을 해지당한 건설사는 평균적으로 설계비 20억원과 계약금 70억~80억원 등 약 1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이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한 압박책이다.

토공 측은 계약서 규정에 따라 중도금을 치르지 않은 업체와 계약을 해지했기 때문에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복합도시건설기획처 조재욱 과장은 “토공은 진행에 아무 문제가 없다. 공사가 늦는 것은 업체들이 중도금을 내지 않은 탓”이라면서 “차후 입주가 안 될 것이라는 증거도 없는데 근거없는 걱정에 업체들이 돈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쌍용 측은 “세종시 개발 지연 때문에 분양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토지 대금을 완납하고 사업을 진행하기 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국가 정책을 믿고 세종시 건축설계 공모에 많은 인원과 설계비를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주처가 사업 지연에 따른 책임은 지지 않고, 오히려 모든 리스크를 기업에게 전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쌍용은 계약금 76억2000만원에 대한 법적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순수 계약금 외에 약 20억원가량이 설계 및 용역비 등으로 포함됐다는 것이다.
한편, 쌍용의 구체적인 법적대응은 나머지 10개의 건설사가 중도금을 치르기로 알려진 30일 이후가 될 예정이다.

◆절반 이상 ‘백지화’ 주장

세종시 현장은 여러 기계장비가 동원돼 분주한 모습이었다. 토공 측 말대로 겉으로는 차질 없이 진행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주민은 많지 않다. ‘쇼’라는 것이다.

주민보상대책위원회 황인손 이사의 하소연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것 같지만 하나도 진척된 게 없어요. 지금쯤 건물 토대가 보여야 하는데 아직까지 땅만 파고 있다니까요. 청사도 만들지 않고 있고…. 차라리 농사짓고 살게 놔두지 고향 떠난 주민들은 밖에서 거지생활 하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꼴입니까.

대책위는 현재 흩어진 원주민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거주할 수 있도록 토공으로부터 부지를 얻어 아파트 건축을 시작했다. 더 이상 정부만 믿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토공 측의 주장대로 원주민의 노심초사는 예산·건설 등 ‘이상무’ 임에도 불구하고 건설사처럼 괜한 걱정에 불과한 것일까.
정부청사 건립계획을 살펴보면 2013년까지 완공해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처 △보건복지가족부 △노동부 △국가보훈처가 이전해 올 지역은 아직 손도 대지 않은 상태다.

주민생계조합 홍석하 차장은 “정부부처가 옮겨와야 지역활성화가 될텐데 2013년까지 이전은커녕 4대강 추진한다며 바로 뒤쪽에서 공사 중이다”면서 “사람 살리기도 못하면서 강 살리기를 한다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토공 측은 ‘위(정부)에서 시키는 대로 할 뿐 잘 모르겠다’며 건설사의 추측에 대한 중도금 미납부에 적극 맞대응하겠다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자유선진당 관계자는 “이제 와서 국민들과 한 약속을 번복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도 토공도 소신과 책임을 가지고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시 프로잭트는 올해까지 예산의 4분의 1인 약 9조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한편,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세종시 추진 방향에 관해 최근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9%가 원안 추진에 찬성한 반면, 38.8%가 축소 내지 백지화를 선택했다. 원안보다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22.1%였고 이보다 강경한 백지화 주장은 16.7%였다.

   
세종시 건설현장 한켠에서 4대강 살리기 추진이 진행되고 있다.
 
   
주민생계조합/ 뾰족한 대책이 없어 '울고싶다'고 토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