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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한국형 헤지펀드의 파편 '전금법' 힘겨루기까지

펀드 전반 성장까지 죄악시하며 막으면 IB 등 산업 전반에 악영향 우려 높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4.12 08:31:50
[프라임경제] "꿈이 커야 파편도 크다"는 말은 흔히 큰 뜻을 품도록 독려할 때 쓰이지만, 한국형 헤지펀드의 꿈이 거쳐 온 경과를 보면 여실히 떠오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10년 세월 사이 온갖 풍상을 겪어 온 한국형 헤지펀드와 그 주변 이야기는 다른 영역에도 큰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투자형 헤지펀드 일명 한국형 헤지펀드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논란에 대해 잠시 살펴보고록 하겠습니다.

꼭 10년 전인 2011년 4월12일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은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이 자본시장 발전과 국내 금융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라고 한 정책토론회에서 밝혔는데요. 

한국형 헤지펀드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9년입니다만, 사실상 이때로 새롭게 '생일'을 잡아도 무방하다고 할 정도로, 그의 이 발언은 당시 시동을 걸던 한국형 헤지펀드 관련 흐름에 큰 마중물이 됐죠, 시장 참여자를 자유롭게 활동하게 공간을 만들어 글로벌과 한국을 결합한 한국형 헤지펀드를 만들자는 꿈은 이렇게 도약했습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 연합뉴스


활발한 유동성 공급과 차익거래로 우리 자본시장의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끌겠다는 것이었죠. 그는 "사모펀드 규제 선진화를 통한 헤지펀드의 성공적인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며 "싱가포르·홍콩 등과 비교해서 많이 늦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들을 살피고 헤지펀드의 장점을 살려 나간다면 머지않아 한국형 헤지펀드 정착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규제를 느슨히 하자는 시각과 연결됐는데요. 김 당시 위원장은 "현재 우리자본시장은 확대 국면에 있지만 사모펀드 규제는 선진국에 비해서는 매우 낙후됐다"며 "규제가 복잡해 창의적인 혁신이 어려웠고 과도한 규제로 자율성을 발휘하기도 어려워 리스크가 높은 분야에 대한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물론 이런 지적은 해외 펀드들의 국내 진출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와 같은 펀드를 만들지 못해 경쟁력 약화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는 정확하게 포인트를 짚은 것이었습니다만, 훗날 잘못 처리되면 관련 영역 전반에 화를 불러올 단초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불행히도 후세의 당국자들은 그 길로 들어섰죠.

고삐 너무 풀렸다는 전문가 지적…결국 시스템 6년만에 수정

금년 2월 국회 입법조사처가 주최한 세미나에서는 한국의 전문투자형 헤지펀드 일명 한국형 헤지펀드의 문제점이 예리하게 지적됐는데요.

'사모펀드 규제 합리화 방안' 세미나에서 최원진 JKL파트너스 파트너는 "라임·옵티머스 환매중단 사태의 핵심 원인은 사모펀드의 공모화"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전문 투자자형 사모펀드 제도가 도입되고, 다수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가 이뤄지면서 사모펀드의 기관 중심주의가 깨졌다"고 그는 작금의 헤지펀드 사태를 분석했습니다. 

그는 "금융투자업자가 창구에서 판매를 권유하는 순간 투자자의 수가 50인 이하가 되는 것은 불가능해 공모펀드로 봐야 한다"고도 부연했습니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문제, 라임 사태 등 대참사는 결국 '사모펀드를 공모펀드처럼 판 것'에 있다는 지적인 셈입니다.

결국 금년 3월 하순, 관련법이 개정됩니다. 3월24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요.

사모펀드 투자자 보호 강화 등의 목적으로 새 시스템은 사모펀드 분류 체계를 펀드 운용목적에 따른 전문투자형/경영참여형로 구분하던 것에서 투자자의 범위로 나눈 일반/기관전용으로 변경했습니다.

잠시 아래에서 언급할 내용을 위해 설명을 적어 놓고 가자면,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를 간단히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자는 경영권 참여 목적 외의 사모펀드를 말하고, PEF는 경영권 참여를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입니다. 이런 구분 대신 일반인 보호 중심으로 틀을 잡은 셈이죠.

아울러,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투자자에 따른 일반 사모펀드와 기관전용 사모펀드 구분에도 운용 규제는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밝혔습니다. 마지막 큰 손질이 6년 전이었던 것이나, 그간 자유를 주던 기조인 것을 고려하면 이번 법 개정은 큰 대못으로도 볼 수 있다는 소리가 나옵니다.

◆여진은 계속되고…다시 발전이냐 주저앉느냐 '초미 관심사'

라임 사태, 바꿔 말하면 한국형 헤지펀드 감독 실패 여파는 그 자체가 대지진이었던 것은 차치하고, 다른 법률 시스템과 금융 관련 산업 발전에까지 여진이 계속되도록 하는 원흉인데요.

실제로 근래 논의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서 신성장산업인 페이업체를 규율하는 방식에 대한 논쟁도 한국형 헤지펀드 문제가 남긴 숙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어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일각에서는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의 갈등이나 밥그릇 싸움 정도로 보기도 하지만, 사실 카카오나 네이버 등의 페이업체의 내부거래를 금융결제원에서 외부청산하도록 할지 말지의 논쟁은 당국 제도 관리의 기본 철학과도 맞닿는 중요한 이슈입니다.

현재 논의 법안에 담긴 페이업체의 청산 방식 관리 구상을 두고, 한국은행은 금융위가 금융결제원을 통해 빅테크의 모든 거래 정보를 수집하게 될 것이라며 비판합니다. 

페이산업의 선두주자 중국에서도 보기 힘든 시스템이라는 이 지적엔 일리가 있습니다만, 앞서 말씀드렸듯 한국형 헤지펀드처럼 당국이 규제를 너무 느슨히 해 줬다니 이 지경까지 왔다는 관점에서는 일정한 규율 필요성을 더 부각하는 것이지요. 

자, 이제 짧은 이야기의 끝에 도착했습니다. 라임 사건 등으로 관련 산업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물론, 펀드 분야가 마냥 엎드린 건 아니고 되살아난다는 조짐은 이미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2021년 1월 말 기준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은 30조6160억원으로 나타났죠. 국내 헤지펀드 설정액 총액이 30조원을 넘긴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2개월 만인데요,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연속 줄어들던 사모펀드 설정액이 반등했다고 업계는 분석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금융권에서는 목소리를 높이고 싶은 눈치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PEF 개념의 찬밥 취급 우려도 그렇지만,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등 발전 가능성이 닫히면 헤지펀드 개념의 문제만이 아니라 증권사 IB영역 전반의 고민이 커지는 것이죠.

헤지펀드 발전 가능성 저하는 증건사 IB와 신사업도 정체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신한금융투자 등 관련 기업들이 초대형 IB로의 성장을 추구해 온 게 차질을 빚을 수도 있는 것이죠. 한국형 헤지펀드 전반을 어떻게 볼 건지 고민을 계속해야 할 필요가 여기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지난 2월의 같은 세미나에서 류혁선 KAIST 경영공학부 교수는 제도 일부 개선을 하더라도 개념 자체를 말살하지 말고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관리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는 "적시에 금융 투자상품을 생산·공급할 수 있는 사모제도는 벤처·혁신기업을 발굴하고 모험자본을 공급하기 위한 유용한 제도"라며 "일반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금융당국의 규제 역량을 집중해, 사모펀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던 걸 상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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