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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려를 현실로 만든 은행원의 '도덕적 해이'

 

설소영 기자 | ssy@newsprime.co.kr | 2020.10.16 14:26:21
[프라임경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우리 일상에도 조금씩 변화가 일고 있다. 불편했던 마스크는 필수 의복이 됐고, 손을 씻고 소독제를 바르는 등 개인위생 부분도 어느새 당연한 일이 됐다. 덕분에 다른 감염병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코로나의 역설'까지 생겨났으니 말 다 했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우리의 일상 풍경은 또 있다. 바로 재택근무 활성화다. 접촉을 줄이고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시행 초기 적잖은 혼란이 있었지만, 이제는 꽤 익숙해졌으며, 시스템도 제법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불안 요소는 존재했다.

재택근무는 직원 입장에서 보면 번거로운 출퇴근 과정이 없다는 점에서 매우 큰 장점이 있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 직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는지, 접속 기록만 남겨놓고 '딴짓'을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걱정은 이내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12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책은행 중 한 곳인 수출입은행 직원이 재택근무 중 제주도에 여행을 간 사실이 적발돼 징계를 받았다고 전했다. 사람 간 접촉을 줄이기 위해 실시한 재택근무를 악용해, 해당 직원은 오히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을 스스로 찾아간 셈이다.

이 직원의 일탈은 은행 측이 재택근무자들이 신고한 근무지와 업무용 노트북이 실제로 접속된 위치를 대조하던 중 확인할 수 있었다. 당초 해당 직원의 노트북이 거주지인 서울이 아닌 제주도에서 접속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일로 해당 직원은 복무지침 위반 사유로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어쩌면 문제가 된 은행 직원은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우리 대다수가 재택근무 중 '딴짓'을 해봤기 때문이다. 굳이 설문조사를 하지 않더라도 그 수는 압도적일 것이다. 가장 편안한 내 집에서 컴퓨터만 켜놓고 일을 하는데 '딴짓'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으니까.

그런데도 은행직원에 대해 안타까움보다 분노가 더 큰 건 자신의 즐거움만 생각하는 이기심 때문이다.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설마 난 안 걸리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이 코로나19 종식을 더욱 더디게 만들고 있다. 결국 재택근무를 한 당초 취지에서도 한참 벗어나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분노 이면에는 국책은행에 대한 책임과 의무,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통함이 자리하고 있기도 하다.  

앞서 또 다른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직원의 경우 가족 명의 회사로 76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아 사익을 취했다가 8월말 면직 처분되기도 했다. 산업은행의 경우 지점장이 지급된 법인카드로 유흥업소를 들락거리다 감사원에 적발되는 경우도 있었다. 

국책은행은 각자 특수한 존재 목적이 있다. 일반은행이 하지 않는, 혹은 할 수 없는 일을 하라고 만들었다. 손실이 나면 국가가 보전해준다. 그만큼 국책은행이 갖는 책임감은 막중하다. 당연히 소속 직원도 예외가 아니다.

만약 이번에 적발된 직원이 이런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면 과연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졌을지 의문이다. 물론 그에게도 일말의 책임감은 있었겠지만, 재택근무 중 숱한 유혹들을 뿌리치기에는 많이 부족한 책임감이었을지 모른다.

국책은행들은 최근 일련의 사태들을 보다 엄중히 바라봐 '국책은행'임을 직원들로 하여금 재차 상기시켜 같은 일탈이 반복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직원 개개인 의식 변화가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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