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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벤처] "누룽지는 사랑을 싣고" 이혜준 누룽누룽~ 대표

통곡물 고온압축…자동화와 수작업의 조화로 완성되는 명품 누룽지

이우호 기자 | lwh@newsprime.co.kr | 2020.05.25 16:19:09
[프라임경제] "땅에서 한바탕 천둥소리 울리니 천하제일 요리가 나왔네(平地一聲雷 天下第一菜)."

중국 청나라 6대 황제 건륭제가 이렇게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천하제일 음식은 무엇일까? 답은 바로 누룽지다. 

이혜준 누룽누룽 대표와 '온가족 건강한 먹거리'라는 누룽누룽 이미지 로고. = 이우호 기자

누룽지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맛을 갖췄지만, 자체만 두고 보면 밥을 하고 만들어지는 부산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또 가난한 사람들이 먹을 뿐만 아니라 너무 딱딱하고, 뭔가 올드 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혜준 누룽누룽 대표는 이런 누룽지에 대한 '편견 아닌 편견'과 한계를 뛰어넘고자 사업을 시작했다. 

바쁜 일상 속 인스턴트식이 만연한 요즘, 웰빙 열풍으로 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가 화두인 가운데, 영양에 맛까지 고루 갖춘 음식을 우리 전통 먹거리에서 찾은 셈이다. 

사실 누룽지는 '영양 간편식'으로 알려진 그래놀라 및 시리얼과 같은 외국 음식과 비교해 맛이나 영양학적 측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현미나 귀리, 보리 등 곡물 본연 자연 맛과 영양을 그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혜준 대표는 "누룽누룽은 누룽지를 더욱 영양가 있고 맛 좋게, 그리고 다양하게 만들어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게 만들겠다는 포부로 만들어진 브랜드"라며 "우리가 직접 개발한 누룽지 기기로 누구나 쉽고 안전하게 누룽지를 만들고 창업하길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요리사·엔지니어링 프로그래머…경력과 재능이 만든 누룽지 기기

이혜준 대표는 고등학생 시절, 각종 요리경연 대회에 참가해 한식·양식·창작요리 부분에서 입상을 거듭하면서 자신만의 창업을 꿈꾸던 요리사 '꿈나무'였다. 

이에 대학도 외식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녀지만 본격 요리사 길에 돌입하지 않고, 수십 년간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도와 '엔지니어링 프로그래머'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하지만 프로그래머 삶을 살면서도 세종대학교 식생활 문화 석사 과정을 다니며, 항상 요리에 대한 열망을 품고 키워왔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누룽지 점포를 방문한 이혜준 대표는 시장에 유통되는 수동 누룽지 기계에 문제점을 발견, '엔지니어링 프로그래머' 전공과 '요리사' 경험을 살려 보다 안전하고 맛 좋은 누룽지를 만들 수 있는 기계 연구에 돌입했다. 

"누룽지를 판매하는 분들이 너무 힘들어 했다. 기존 수동 생산은 제조자가 직접 팔 힘만으로 눌러 제조하는 방식이기에 체력 소모가 컸고, 책 접이 형식으로 굽는 형태인 만큼 누룽지 판 전체에 동일한 압력을 가하기 어려워 맛과 모양 균일화가 어려웠다. 또 옆 받침대 때문에 털어 낼 수도 없어 일일이 수작업으로 탈거해야만 했기에 무려 200도에 달하는 고온에 노출되면서 화상 위험은 당연했다."

서랍식이라 안전하고 간편하며, 옆 받침대가 없어 솔로 덜어내 위생적인 누룽누룽 특허 기기. = 이우호 기자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혜준 대표는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제조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자'는 목표 아래 3년이라는 연구기간을 거쳐 누룽누룽 누룽지 제조기를 완성했다. 

누룽누룽 누룽지 제조기는 인쇄회로기판(PCB)을 이용해 누구나 쉽고 빠르게 누룽지를 만들 수 있는 자동화 버튼식 기계다. 기존 단순 상하 압축 방식에서 벗어나 독자 개발한 서랍형으로, 손잡이만으로도 간편히 개폐가 가능하다. 즉, 작업과정 내 화상 위험이 없고 더 위생적이라는 의미다. 

또 온도는 물론, △시간 △압력 △높이 등 조절이 가능해 식감 정도나 두께를 원하는 만큼으로 제작할 수 있으며, 대형 가전에 들어가는 인버터 모터를 사용해 내구성과 압력을 향상시켰다. 이렇게 모든 과정이 자동화 방식이라 인건비 절감이 클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으로는 '기기 자체 생산'으로, 뛰어난 가성비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이런 장점으로 누룽누룽 누룽지 제조기는 국내 유일 누룽지 기기 특허를 받았다. 

◆엄마 마음으로 지극 정성 '누룽지에 옷을 입히다'

"현장에서 소비자들과 만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바로 누룽지에 관한 인식이었다. 누룽지는 젊은 세대 입장에선 올드한 식품이었기에 쿠키나 마카롱처럼 호응을 얻기 힘들었다."

다양한 종류의 정성가득한 누룽지들이 진열돼 있다. = 이우호 기자

이혜준 대표는 이런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누룽지 장점만을 모아 맛과 영양을 모두 충족시키는 △누룽지 시리얼 △현미·귀리 누룽지 △12곡 누룽지 △견과류 누룽지 등을 개발해 출시했다.

누룽지가 타면서 생기는 탄소는 날카롭지 않아 세포에 상처를 입히지 않고, 몸 속 독소를 흡착 배출한다. 이런 배출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선, 누룽지의 모든 표면이 일정하고 적당하게 타야 탄소 함유량이 많아진다. 

누룽누룽은 이를 위해 1시간 이상 쌀을 불리고, 자체 개발 기기로 2시간 동안 일정 각도와 온도로 3번 압력을 더해 누룽지를 만든다. 이걸 다시 분쇄해 '누룽지 그래놀라'로 만든다. 그야말로 지극 정성인 셈. 

여기에 설탕과 포화지방이 많은 기존 시리얼과 달리, 누룽누룽 시리얼은 천연 아가베 시럽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누룽누룽 시리얼에 대해 진정한 통곡물 '그래놀라' 혹은 '뮤즐리'라고 평가하고 있다. 

나아가 누룽누룽은 고객들이 쉽게 제조과정을 볼 수 있는 쇼룸도 운영하는 동시에 소비자 목소리를 듣고 제품에 반영시키는 등 기기 및 제품 면에서 끊임없이 보완점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언제나 어머니 마음으로 누룽지를 만들고, 누룽지 기기를 개발했다. 먹는 것만큼은 자식과 부모가 먹는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수없이 프리마켓에 나가고, 박람회에도 참가해 검증을 받았다. '누가 누룽지를 돈 주고 사 먹냐'라는 편견이 '누룽지는 정말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라는 칭찬으로 바뀔 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 이렇게 찾아오는 손님들은 주로 부모님이나 아이들에게 선물한다. 이 신뢰와 기대감에 부응하고자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슬로푸드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다."

누룽지에 △어머니 마음 △요리에 대한 진정성 △맛과 영양 모두를 녹아내 '집안 작은 아이에게 쉽게 먹이겠다'라는 작지만 위대한 동기에서 출발했던 누룽누룽. 

과연 누룽누룽이 이 작은 누룽지를 청나라 황제, 동의보감 허준을 다시 한번 놀래는 '천하제일진미'로서의 위치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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