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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군인 리부팅] (20) 이제는 "친절함과 봉사정신으로" 차용운 교통약자 운전수

 

이우호 기자 | lwh@newsprime.co.kr | 2020.04.16 19:09:21
[프라임경제] "아내가 쓰러져 전역지원서를 제출했습니다. 군인 시절, 아내는 제 등만 보고 살았어요. 전역하고 재취업해서야 아내와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되네요. 지금은 내 가족을 위하고, 동시에 교통약자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할 수 있어 매우 보람됩니다."

차용운 전 육군 원사. ⓒ 제대군인지원센터


육군 원사 출신 차용운 씨는 포천시 도시공사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 운전원으로 근무 중이다. 보행이 제한적인 중증장애인을 위해 24시간 상주하며, 운전으로 이동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음은 차용운(포천도시공사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 운전직) 전 육군 원사와의 일문일답.

- 지금 하는 일을 소개한다면.

"포천도시공사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는 보행이 제한적인 중증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지난 2012년 포천시청 내에 설치됐다. 나는 포천시도시공사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 운전원으로 근무중이다. 센터는 지역에 거주하는 교통약자들이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특수차량(휠체어 거치 가능) 17대와 24명의 운전원이 24시간 상주하며 이동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이동지원센터 운전원으로 목표를 설정한 배경과 이유는.

"아내가 쓰러져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입대 전 결혼했는데 육아·집안 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싫은 내색 없이 31년을 묵묵히 날 지지해 준 사람이다. 준비되지 않은 전역이었고, 전역 후 아내 건강 문제로 재취업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막상 재취업을 준비했는데 쉽지 않더라. 도움이 될까 해서 보훈관서에 제대군인 등록을 하고 제대군인지원센터(이하 제군센터)를 찾아갔다. 제군센터 상담사 첫 마디가 "선생님 왜 이렇게 늦게 오셨습니까!"였다. 좋은 자리가 있었는데 서류가 마감돼 너무 아쉽다는 거다. 그때 상담사가 말한 좋은 일자리가 포천 도시공사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 운전직이었다."

- 준비한 과정 중에 노력이나 활동에 대해 말해준다면.

"제군센터 상담사와 첫 만남 뒤로 수시로 전화 연락을 받았다. 취업 준비는 잘 하고 있냐? 이력서는 썼냐? 보낸 채용공고는 확인해 보았나? 등등. 격려는 물론이고 쓴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격려와 쓴 소리가 힘이 되더라. 

어느 날 제군센터에서 포천도시공사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 운전직 채용공고를 보내왔다. 상담사가 말했던 자리였다. 기회를 잡아야 겠다는 생각만 들더라. 우선 군 생활 중 20년을 포천 일대에서 보냈기 때문에 익숙한 도시였고, 양주 집과 집에서도 가까워 출퇴근 걱정도 없었다. 공기업이라 출퇴근 시간이 정확해 가족과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정년도 보장된다고 하니 이만한 일자리가 없을 것 같더라. 

1·2차 걸쳐 서류심사와 면접을 보는데, 나는 면접에 좀 더 중점을 두고 꼼꼼하게 준비했다. 지인을 통해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 업무체계를 파악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는 회사 연혁과 편성·임무, 업무 특성 등을 중심으로 숙지했다. 

또 제대군인지원센터 상담사에게 면접 코칭을 받고 면접요령과 면접장 매너 등을 공부하며 실전처럼 연습했다. 면접장에서는 심사위원들에게 어떤 마음가짐으로 근무할 것인지, 장애인들에게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 교통약자 운전직을 희망하는 분들을 위한 TIP이 있다면.

"우리나라가 국민 복지증진·행복중시 복지국가를 표방하는 만큼 교통약자를 위한 운전 직무도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센터와 마찬가지로 신분이나 정년이 보장되지 않겠나. 이런 면을 고려한다면 연금을 받는 장기 복무 제대군인이 인생 2막을 위해 도전하기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된다. 자격요건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면허는 필수이고, 친절함과 봉사정신으로 무장한 분이라면 누구나 즐겁고 보람차게 일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 후배 제대군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군에서 보낸 시간보다 사회에 나와 보내야 할 인생이 훨씬 더 길다는 사실을 깨닳았으면 좋겠다. 전역 1~2년 전부터는 사회에 조금씩 관심을 두고 재취업에 대해서도 알아봤으면 한다. 먼저 전역한 선배나 사회친구들과의 만남을 늘려 사회적응 훈련도 해놔야 한다.
 
재취업이 된 모든 제대군인들께 당부하고 싶은 말도 있다. 제대군인은 군복을 벗어도 군을 대표한다는 사실이다. 제대군인이 거쳐 간 일자리는 제대군인 전체 평가로 이어진다. 내 다음 사람. 후배 제대군인을 위해서라도 지금 여러분이 계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주길 당부드린다."           

- 앞으로의 계획과 비전은.

"요즘은 정말 매일 즐겁고 행복하다. 군 복무하는 동안 나는 부대를, 아내는 내 등을 보고 살았다. 전역하고 재취업을 하고 나서야 아내와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됐다. 퇴근하면 둘이서 회사에서 생긴 일, 아이들 이야기 등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주말에는 함께 집 근처 공원을 걷기만 해도 행복해진다. 군복을 입고 복무할 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지 않나. 

이 행복의 근원은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를 찾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회사는 경제적인 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나와 가족을 위한 시간을 낼 수 있어 여유롭고, 또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라 매우 보람된다. 앞으로도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정직하고 성실하게 직장 생활하고, 가족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게 생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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