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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민선의 메디톡] 혹시 나도 '분노조절장애'? 성인 ADHD "적극적 치료가 중요"

김의정 이대목동병원 교수 "단순 성격문제 아닌 뇌의 기질적 문제"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20.03.24 15:14:50
[프라임경제] 다양한 웰빙 트렌드와 함께 건강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의료 발전도 호흡을 같이하고 있는데요, '메디톡'에서는 급속히 진화하고 있는 의료 트렌드와 함께 다양한 질병, 건강 정보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다룹니다.  

충동적이고 산만하고 정신없는 아이는 단순히 가정교육을 잘못한 탓일까요? 또, 사소한 일에도 자주 '욱'하며 화내고 독단적으로 행동하고 도박, 음주, 흡연 욕구를 자제하지 못해 중독 수준에 이르는 어른들, 단순히 개인 성격 탓일까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즉 ADHD는 신경생물학적 문제나 유전적 원인으로 인해 뇌기능에 문제가 있어 나타나는 질환으로 또래 정상범주와 달리 충동조절과 행동통제가 안 될 정도로 주의력 결핍, 충동성, 과잉행동 증상이 나타납니다. 

주변 또래의 정상적인 범주의 산만함이나 과잉행동과는 달리, 충동 조절과 행동 통제가 어렵고 누구에게든 일관되게, 놀 곳과 얌전히 있을 곳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지나치게 심한 양상을 보이기도 하는데요.

이번 메디톡에서는 김의정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ADHD'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국내 아동 3~8% ADHD…3가지 유형으로 분류

전 세계적으로 약 5.3% 정도가 ADHD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아동 가운데서는 3~8% 정도가 ADHD 아동으로 추정되며, 평균적으로 한 학급 당 적어도 한두 명꼴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ADHD 아동들은 크게 주의산만, 과잉행동, 충동성 등 3가지 증상을 보이며 이에 따라 ADHD를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김의정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이화의료원


먼저 과잉행동-충동형(hyperactive-impulsive)은 과잉행동과 충동성이 주로 나타나는 경우로, 행동이 눈에 띄게 산만하고 외형적이며 손발을 가만히 두지 못하거나 몸을 쉴 새 없이 꼼지락거립니다. 

김의정 교수는 "이런 유형의 ADHD 아동은 다른 아이들과 행동이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발견되고 치료도 빨리 시작하기 쉽다"고 설명했습니다. 

두번째로 주의력결핍형 (inattentive)이 있는데요. 보통 ADHD 아동들은 주의력이 부족하지만 산만하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에 주의력결핍형은 '조용한 ADHD'라고도 하죠. 

대체로 조용하고 멍하게 있는 경우가 많으며, 공상에 잘 잠기고, 생각을 잘 잊어버리거나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데요. 세부적인 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실수가 잦은 편이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마지막으로 혼합형(combined)은 가장 흔한 유형의 ADHD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충동성 등 3가지 증상을 모두 보입니다. 

"ADHD 자녀를 둔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는 '우리 아이에게 ADHD가 왜 생긴 건가요?'라는 것이다. 대개 아이가 어떤 문제를 갖고 있거나 다른 아이와 비교할 때 평범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부모가 잘 못 키웠다고 쉽게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가 ADHD일 경우 부모는 내가 아이를 잘 못 키워서 그런 것은 아닐까 걱정하고 죄책감을 갖기도 한다."

김 교수는 "물론 엄마가 임신 중에 음주와 흡연을 했거나 납중독으로 인해 ADHD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ADHD는 사회적, 환경적 요인이나 부모의 양육태도 때문에 생기는 정도는 비교적 적다는 것이 학계의 일관된 견해이다. 가정환경보다는 신경생물학적인 문제나 유전적 원인이 더 결정적인 것으로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ADHD 환자들과 정상 아동 간에 분명한 뇌의 구조 및 기능의 차이가 관찰되는데요. 이는 뇌의 기질적인 차이가 ADHD 증상의 원인임을 시사해주는 또 하나의 과학적인 근거이죠. 

ADHD는 뇌에서 주의력, 충동조절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 부족, 또는 이상으로 ADHD가 유발된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의견입니다. 

◆연령별로 다른 얼굴을 보이는 ADHD

과거에는 ADHD가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히 없어지는 장애로 생각했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ADHD로 진단받은 아동의 70% 이상이 청소년기까지 증상이 이어지고, 50~60% 이상이 성인기까지 증상이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부모가 어릴 때부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조기에 치료나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예비 초등학생들이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 연합뉴스


ADHD는 시기마다 전개 양상이 다른데요. 만 1~2세 유아기에는 대개 모든 아기가 활동적이고 충동적이며 대뇌 발달 특성상 집중력이 낮기 때문에 ADHD 아동과 일반 아동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만 5세가 지나면서부터 ADHD 성향이 강한 아이는 여느 아동과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산만해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예를 들면 선생님이 동화책을 읽어 주는 시간에 혼자서 돌아다니거나 자신이 관심이 있는 다른 놀이를 하기도 합니다. 

일부 아동은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친구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수시로 빼앗기도 하고, 성낼 이유가 없는데 손에 잡히는 물건을 들고 친구 머리나 몸을 때리거나 던지기도 하죠.

초등학교 시기는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기인데요. 유치원 때까지는 아이가 제약 없이 마음대로 행동하더라도 제재가 덜 했지만, 초등학교는 규모가 크고 더 많은 아이가 모여 생활해야 하는 집단 학업 공간이므로 규칙과 규율이 적용되기 때문이죠. 

사춘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말도 있듯이, 누구에게나 신체적 변화와 함께 커다란 심리적인 변화를 겪게 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ADHD 성향이 있는 아이는 사춘기가 되면서 과잉 행동 증세가 감소하는 큰 변화를 겪는데요. 그러나 여전히 충동적이고 부주의한 모습은 남아있죠. 충동성 때문에 쉽게 술과 담배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으며 자극적인 컴퓨터 게임이나 오락에 지나치게 탐닉하기도 합니다.

김 교수는 "학교에서 교사나 또래와의 관계가 악화되고 해야 할 일을 체계적, 조직적으로 관리하지 못해 학업에 실패하고 그 스트레스가 누적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문제아로 낙인찍히기도 하고, 양적으로 늘어난 학습으로 인해 학교 적응이 힘들어진다. 학업과 관련해서 보자면 이때는 부주의함과 충동성으로 인해 체계적인 학습을 제대로 못하고 본격적으로 학습 능력이 저하되는 시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성인까지 이어진 ADHD, 가정 문제까지 유발

성인기가 되면 ADHD 질환 특성이 아동기와는 달리 대인 관계의 어려움, 잦은 교통위반과 사회경제적 성취 저하 등으로 나타납니다. 성인 ADHD 환자는 자기중심적이고 충동적인 성향을 보이며, 남을 쉽게 무시하고 정해진 규칙을 잘 어기며 화를 불같이 내면서 주변에 대한 불평불만이 많은 모습을 보이는데요.  

이러한 특성은 직장생활, 결혼생활 문제로 나타나죠. 먼저 성인 ADHD 환자는 사회생활과 직장생활에서 문제를 겪을 수 있습니다. 충동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실수가 잦고 집중도가 떨어지기 때문이죠. 

실제 성인 ADHD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퇴직률이 2~4배 높고, 이직률은 52% 높으며, 결근 및 업무 성과 저조는 연평균 22일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결혼생활에서도 부부 싸움이 잦고 이성에 대한 유혹이 약해 바람을 피우기도 하는데요. 술과 여자를 좋아해 불화를 일으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 ADHD 성인의 이혼율은 2배 많고, 혼외정사는 4.6배 많다는 조사결과도 있죠. 

그 외에 안정적인 생활도 어렵습니다. 음주나 흡연을 조절하지 못하고, PC게임과 도박에 빠지기 쉽죠. ADHD 환자는 자제력이 부족하고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기 때문인데요. 

휴식시간에는 대부분 PC게임을 하거나 영화 액션물에 몰두하거나, 잦은 회식으로 늦게 귀가하는 성향을 보입니다. 또 경제관념이 희박한 경우가 많고 부부 싸움이 잦아 결혼 생활이 순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ADHD 치료 "환자를 충분히 이해해야"

김 교수는 ADHD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김 교수는 "ADHD는 단순한 성격문제가 아니라 뇌의 기질적 문제, 신경전달호르몬의 부족, 또는 이상으로 인해 충동성이 자제되지 않고 집중력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기에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변화가 나타나기 힘들다."

"때문에 ADHD 질환 아동 같은 경우에는, 반복되는 야단으로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되거나, 자존감에 상처를 받거나 좌절을 받게 되는 수가 많아 부모나 선생님은 아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먼저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다음으로 긍정적인 개선의지를 가지고 도와줘야 한다. 실질적 치료를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약물 치료를 하게 되며 놀이 치료, 사회성 훈련, 인지행동치료 등이 병행되기도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이러한 ADHD 치료에 가장 많이 쓰이고 효과적인 것은 약물치료입니다. 

약물치료에 대표적으로 쓰이는 성분은 메틸페니데이트로, 집중력에 관여하는 뇌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체계에 작용해 뇌기능을 활성화시키게 됩니다. 최소 2~3년 이상, 일정 기간 이상 꾸준히 치료하면 약물의 도움 없이도 뇌 내 도파민의 균형이 잡혀 정상적인 기능으로 유지된다고 합니다. 

김 교수는 "12시간 서방형, 6~8시간 중간형, 3~4시간 속방형이 있으며 아이의 상태와 상황을 고려해 적절하게 처방한다. 2차적으로는 증상에 따라 항우울제가 사용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ADHD는 아직까지 성장기 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많은데요. 그러나 ADHD로 진단 받은 아동의 70% 이상이 청소년기까지 증상이 지속되고 50~65% 이상은 성인기까지도 증상이 지속됩니다.

ADHD를 내버려 두면 충동적 성향으로 인한 △알코올 남용 △반사회적 인격 장애 △폭발성 인격 장애 소위 말하는 분노조절장애 △부부 관계의 불화 △계획성 없는 무분별한 돈 관리 △범법 행위 △잦은 직장 바꾸기 △직업 상실은 개인의 일상생활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는데요. 

김 교수는 "(ADHD)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성인이 됐으니 자기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빨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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