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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 들어간 삼성 인사…이미 '최적화' 이룬 자의 여유

각종 소송 와중에도 흔들림 없는 주행 가능성 큰 저력…신상필벌 등 기존 원칙 작은 변동 가능성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12.13 09:13:33

[프라임경제] 올해 삼성그룹의 인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사 발표가 늦어지는 상황이라 그 원인에 의견이 분분한 것. 아울러 삼성에서 '장고 끝에 어떤 수를 둘지' 그 결과에도 시선이 쏠린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 임원 인사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재가가 떨어져야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 '이재용식 결단'에 의미 부여가 없을 수 없다.

12월 초 발표를 점쳤던 인사가 늦어지자, 사법 농단 사건 등 각종 재판 문제로 삼성이 골머리를 앓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각종 재판이 삼성 임직원들을 괴롭히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측면보다는 엄중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국내외 사업 방향과 대응 가닥을 잡는 자체에 숙고를 거듭하는 측면이 더 크지 않겠느냐는 풀이도 나온다.

유사시엔 일단 인사를 건너뛸 가능성도 존재한다. 전례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삼성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재판으로 시달리는 상황에 연말 임원 인사를 아예 건너뛰었다(이듬해  5월과 11월에 각각 임원, 사장단 인사를 단행). 하지만 가장 중요한 대목은 현재 체제가 갖춘 나름의 대응 능력에 대한 기본적 신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신상필벌과 60세 룰 작동 촉각…이미 '혹독한 다이어트' 단행

삼성의 혹독한 조직 관리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기업정보회사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4년간 국내 그룹들의 임원 규모 증감 대비에서 삼성은 임원 수를 가장 많이 줄인 선두군에 속한다. 

2015년 9월 말 21개사에 2276명이던 임원 규모는 올해 9월 1920명으로 356명(15.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두산은 39.0% 감소했고, 포스코 17.1%, GS 7.9% 등의 축소 폭을 보였다. 감소 비율로 봐도 유의미한 수치다. LG 등 동기 대비 늘거나 제자리 걸음을 한 그룹군도 있음을 고려할 때 혹독한 다이어트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대강의 틀이 이미 최적화 혹은 최적화를 지향하는 궤도에서 단행됐기 때문에, 큰 변동 없이 소폭의 수정만으로도 상당 기간 더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측면도 강하다.

이미 이달 초부터 삼성의 인사 단행에 촉각을 곤두세워 온 언론들도 인사 폭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안정적 기조를 점친 바 있다. 장고에 들어간 현재 상황에서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왜 그럴까? 예를 들어 보자. 지난해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 경영 복귀 이후 첫 인사에서 안정 메시지를 시장에 보냈다. 김기남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대표, 고동진 IM(IT·모바일) 부문 대표, 김현석 CE(소비자가전) 부문 대표 등 3개 사업부 대표를 전원 유임시키는 방안을 택했었다. 

이미 지난 2017년 사장단 인사에서 3개 부문장을 모두 교체하면서 세대 교체를 단행해 둔 게 밑바탕이 됐다. 가장 적합한 수를 적시에 둬 놓으면, 그 다음에는 일정 기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해석을 할 수 있다. 즉 인사 단행 후 시간이 길지 않고, 어차피 이들 사업부문 대표들의 임기가 2021년 3월까지인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이번 인사에서도 자리를 지키도록 하고 조직 안정에 방점을 찍을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인사를 놓고 장고 중이다. 이미 체제 안정이 이뤄진 터라 운신 폭이 좁은 외통수에 몰린 것은 아니라는 풀이가 나온다. 부친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기틀 다지기를 해온 보람이 있다는 것. ⓒ 연합뉴스

삼성의 인사 기조인 철저한 성과주의에 입각한 '신상필벌'과 계열사 사장은 60세까지만 중용한다는 '60대룰' 원칙 등의 적용 문제에 관심을 크게 두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올해 혹은 늦춰져 다음해 단행될 인사에서 이것이 전체 관통 메시지가 되기 어려울 수 있다.

60세룰만 해도, 적용하지 않을 때도 많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파격적인 세대 교체보다 현 경영진을 중용해 안정 속 혁신을 추진해 나가는 게 더 중요할 때라는 전망에서 보면 기조는 대변혁보다는 안정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위와 같은 3인 유임 맥락에서는 일부 인원의 승진과 이동, 퇴장 등은 '포인트'를 주는 정도로 의미를 줄여 볼 수 있다.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회의 추진은 '여유 과시 용도'?

인사 그 자체보다는,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회의 향배에 의미를 두고 그룹 전반의 지향점을 읽어낼 필요도 있어 보인다. 12월 초 예상됐던 정기 인사가 지연되면서 글로벌 전략회의도 늦춰질 것으로 관측됐지만, 이 회의에 시동이 걸린 점도 삼성이 인사와 이를 통한 경영 기조를 '정중동'으로 잡았다는 해석에 힘을 싣는다.

통상 12월 초 사장단과 임원 인사, 조직개편까지 마무리짓고 새 진용을 갖춰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했던 틀이 깨지는 쪽에 현재 무게가 실린다. 

삼성전자는 16일부터 닷새간 경기도 수원·화성·기흥 사업장에서 각 사업부문별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6월과 12월에 열리는 글로벌 전략회의는 국내 경영진과 해외 법인장 등이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점검하고 향후 경영전략을 확정하는 자리다.

이번 전략회의에서 김기남 부회장(DS)·고동진 사장(IM)·김현석 사장(CE) 등 3명의 부문장 역할을 시간을 두고 해석해 보면, 이들의 향배는 물론 삼성전자의 전반적 방향과 가능성 등 윤곽 파악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다는 해석이 그래서 나온다. 

물론 부문별로 나뉘어 각 사업장에서 진행되고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한 채 비공개로 열리기에 이후 시간 여유를 두고 도출과 추론을 해야 한다는 점은 작용하지만, 주요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이런 움직임 자체만으로도 분명 그룹 전반의 건재와 신성장을 추진할 여력을 은연 중에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인사 장고는 역설적으로 이 부회장 체제의 건재함이 바탕이 돼 주기에 가능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 말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사실상 삼성그룹 총수 역할을 하고 있다. 회장 아닌 부회장 체제가 길어지고 있지만, 그간 단행해 온 계열사 정리 등 하드웨어 작업 그리고 임원 규모 줄이기 등 소프트웨어 측면의 신선함 독려와 유지가 이제 빛을 발할 때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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