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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주택건설산업, 선진국형 구조 전환 통한 미래구상 시작해야

'RC→PC', '가연성자재→불연성자재' 대전환 법적기반 필요…'기능공육성' 과제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19.12.03 18:07:47
[프라임경제] 기업들의 2020년 신년 정기인사가 한창이다. 특히 건설산업에서는 2020년 인사의 핵심화두로 '세대교체'와 '새로운 먹거리 개발'이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건설산업은 여전히 설계와 자재사용에 있어 여전히 '수익성'을 중점으로 두고 있고, 고도화된 기술을 보유한 기능공도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대형건설사들도 최근 주택사업의 미래먹거리 개발을 위해 신공법이나 신소재개발 등에 대한 도입과 투자를 계속하고 있지만 실제 사업화에서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현실이다.

이유는 단언컨대, 사업생태구조의 문제다. 이제 주택이라는 공간구성에 있어 '안전성'과 '개성', '편리함'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특히 대표적인 것이 소음과 화재다. 이러한 요구에 대한 해답은 이미 해외 선진국에 나와 있다.

소음과 화재는 모두 철근콘크리트구조 및 단열재에 관련해 있다. 흔히 RC라고 불리는 철근콘크리트구조는 벽체가 무게를 버티는 '내력벽구조'가 중심이다. 이때 콘크리트가 소음에 취약하기 때문에 두께를 두껍게 하거나 차음재와 흡음재를 사용해 소음 문제를 보완할 수밖에 없다.

만약 1개층에 콘크리트 바닥을 10㎝ 두껍게 하는 경우 30층 건물이 되면 같은 높이에 1개층이 사라지게 된다. 타설되는 콘크리트의 양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비용은 더 들어가는데 팔 물건은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때문에 바닥을 얇게 하면서 소음을 잡기 위해서는 콘크리트보다 저렴한 차음재와 흡음재를 사용하는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 이러한 차음재·흡음재와 더불어 콘크리트의 취약점인 단열성을 보완하기 위해 사용하는 스티로폼 등 단열재가 건물을 화재에 취약하게 만든다.

해외경험이 풍부한 건설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단열재가 필요 없는 ALC(autoclaved lightweight concrete)블록과 같은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ALC블록은 규석을 주원료로 하고 알루미늄분말 기포제를 사용해, 전용 가마에서 고온·고압으로 구워낸 경량기포콘크리트로 무게가 같은 부피의 물보다도 가볍다. 블록 안의 기포가 단열재와 차음재 역할을 해 별도의 자재가 불필요하다.

무게가 가벼워 벽체 구성도 자유로운 ALC블록이지만,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기존 철근콘크리트와 같이 내력벽구조의 내력벽으로는 사용할 수 없고, 비내력벽으로만 사용가능하다. 

최근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대림산업·GS건설·요진건설산업·에이스건설 등이 시공 중인 아파트와 지식산업센터에서 내력벽 외에 벽체로 사용되는 중인 자재다.

ALC블록이 현재와 같이 일부 벽체가 아니라 전체 벽체에 폭넓게 적용되면, 거주자들은 내부 공간을 완전히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게 돼, 진정한 '개성추구'가 가능해진다.

ALC블록과 같은 신소재를 사용해 벽체를 구성하려면 기둥과 보가 무게를 견디는 '라멘식구조'로 전환이 불가피하다. '라멘식구조'는 통상 기둥과 보를 공장에서 미리 생산해 조립하기 때문에 대표적인 PC(precast concrete, 공장생산)공법구조로 꼽힌다.

하지만 우리나라 주택산업에서 PC공법은 혼합공법형식으로 아파트주차장에 일부 활용될 뿐이고, 그나마 있던 기업들도 토목 쪽으로 넘어가 활동 중이다.

그 이유는 업체들이 기준이 '수익성'에 있기 때문이다. 기둥과 보를 강화하는 '라멘식구조'를 택하게 되면 층 사이에도 철근이 들어가게 돼, 층간 두께가 두꺼워지고 층고도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철근콘크리트 내력벽 구조보다 '팔 물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렇듯 환경이 조성이 되어있지 않다보니 숙련된 기능공도 부족하고, 관련된 설계기술도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수준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기능공 육성과 안전성·친환경성 측면에서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하지만, 단열재와 차음재, 흡음재 생산과 공급은 우리나라 석유화학관련 업체들과 뿌리 깊게 연관돼 있어, 구조개편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해당 자재들이 석유화학제품들이 대부분이기 때문.

ALC블록을 개발한 본산지이자 이미 보편화된 유럽을 제외하고도, 일본이나 싱가포르 등 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가연성자재를 단열재와 차음재 등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이에 따라 PC공법으로의 전환이 이뤄진지 오래다.

층고가 높아지고 너른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나 '개성'이나 '편리함'은 제쳐두더라도 '안전성'은 앞으로 우리가 추구해야할 지상가치다. 우리나라 주택산업의 구조가 시급히 변해야하는 이유다.

현재 건설현장은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기능공들이 대부분으로 고도화된 기능공이 사라지고 있고, 공법은 개발도상국적 형태에 머물러있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제도적으로 기능공을 육성하고 신공법과 신소재를 장려하는 동시에 가연성자재에 대한 규제를 만들어가야 한다.

건설업계에서 추진 중인 세대교체와 새로운 먹거리 개발의 방향성은 '미래지향'이 될 때 진정으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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