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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공택지 민간매각 '벌떼입찰' 빈대 잡되 초가삼간 지켜야

지역 건설사 컨소 입찰 가산점부여 등 참여업체 다양화 방안 필요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19.10.07 17:13:42
[프라임경제] 지난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4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LH가 진행하는 공공택지입찰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중견건설사 5개 업체가 택지를 입찰 받는 과정에서 계열사와 페이퍼컴퍼니, SPC 등을 설립, 이런 관계사를 총 동원해 입찰을 받았고, 이렇게 입찰 받은 면적이 전체 입찰의 30%를 상회한다는 것이 문제지적의 핵심 요지다.

페이퍼컴퍼니를 만든다거나, 택지입찰을 받기 위해 SPC를 설립해 중복 입찰을 받는 등의 문제는 당연히 규제가 필요한 불공정 행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견건설사들이 공공택지에서 성적을 올린 것은 그간 대형건설사들이 재건축이나 재개발, 자체 사업 등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매진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공공택지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단적으로 최근 기존 대형건설사들이 독점할 수밖에 없었던 재건축·재정비 사업이 위축되고, 후분양제실시가 조금씩 거론되면서 대형건설사들이 예전보다 공공택지 입찰에 관심을 키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견건설사들은 기존의 입지를 다소간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

사기업이 공공택지를 입찰 받아 자체 사업을 꾸려나가는 과정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 자선사업이 아닌 이상 기업입장에서는 투자와 이윤을 계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중견건설사들 입장에서는 재건축·재정비 사업에서는 대기업들의 브랜드인지도에 밀릴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신도시 등 택지개발에서 자체 브랜드를 대거 진출시켜 인지도 상승을 노려야 하는 입장이다.

또 LH의 입장에서도 토지매입비 등으로 지출된 비용을 택지민간매각으로 메꾸어야하고, 또 공동주택을 조성해 인구유입을 유도해야 한다.

이렇게 전체를 놓고 보면, 건설사들의 택지 매입 자체가 '부정한 일'이라는 인식을 불러올 수 있는 접근은 삼감이 옳다.

국감장에서 지적됐듯, 관계사를 총동원하는 '벌떼입찰'을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하되, 이에 더해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자체 브랜드를 키워, 대형건설사와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줘야 한다.

여기에 지역 전문건설업체들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꿔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역 업체 컨소시엄에 가점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봄직하다.

업역 규제 철폐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만큼, 지역의 혁신도시나 신도시, 중소규모 택지는 규제철폐가 효과를 볼 수 있는 좋은 실험장이 될 수 있다.

불공정함을 야기하는 '빈대'는 잡되, 중견·중소기업을 키워 건설업 전반을 키울 수 있는 '초가삼간'은 태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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