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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터넷전문은행 '흥행 낙관' 버릴 때 됐다

 

김동운 기자 | kdw@newsprime.co.kr | 2019.10.02 17:38:36
[프라임경제] "기업들 나름대로 (인터넷전문은행 참가 관련) 전략이 있는 것 같다.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기업들을 끌어들이겠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다가오는 4분기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 예비인가와 관련해 꾸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일선에 선 금융권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금융당국이 직접 업체들을 만나 '사전 종합 컨설팅'을 진행하는 등 인터넷은행 참가 열기를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적극적인 '구애'에도, 촘촘히 막혀있는 규제에 대한 불만은 "말로만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제스처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냐"라는 빈축 사고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 인터넷은행 예비 심사에 참가하고 싶어도 다양한 규제들이 '인터넷은행' 자체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 

실제 은성수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한국거래소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아무리 ICT 혁신이라도 결국은 은행 틀을 벗어날 순 없을 것"이라며 "결국 (인터넷은행 예비심사에) ICT기업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다"라고 발언했다. 즉 ICT 기업들이 원하는 수준까지 규제를 완화하긴 힘들다는 의사표현을 확실한 밝힌 것이다. 

이 때문일까. 예비인가 신청이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인터넷은행 참가 신청을 공식적으로 밝힌 업체는 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 주축의 '소소스마트뱅크(이하 소소뱅크)' 뿐이다. 

참가 물망에 오르던 네이버는 불참의사를 전했으며, 2분기 심사에서 탈락한 토스와 키움 컨소시엄 역시 참가 의사를 확실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이처럼 3분기 인터넷은행 인가 성공 여부조차 불확실한 가운데, 오픈북 시험만으로도 참가를 유도할 수 있다는 금융당국 측 낙관을 보고 있자면 "우리시대의 평화가 여기 있다"라는 명언을 남긴 체임벌린 영국 수상을 보는 것 같다.

나치의 대두로 전운이 감돌던 1938년 당시 체임벌린 수상은 독일이 수데테란트 합병을 묵인하는 대신 침략행위를 멈추겠다고 약속하는 내용의 '뮌헨 협정'을 맺으며, 전면전을 막았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이는 나치 야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였으며, 세계적인 비극을 가져온 세계 2차 대전은 뮌헨 협정 체결 후 불과 1년 뒤 폴란드 침공으로 그 서막이 열렸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 인가전 역시 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말 인터넷은행을 활성화하고, 이로 하여금 기존 금융질서를 깬 '금융혁신'을 이루기 위해선 과감한 규제 혁파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금융당국이 제공하는 단기 컨설팅만으로는 그들이 그토록 외치는 '금융혁신'은 절대 이뤄낼 수 없다.

물론 인터넷은행 신청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안에 규제를 완화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대신 기업들을 만나 '인터넷은행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를 이뤄내겠다'라는 의지를 전달하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금융당국은 이 사실을 인지하고, '우리 시대의 금융 혁신 여기 있다'라는 확신을 위해 절차탁마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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