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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DLF사태, 은행 '금융 신뢰' 금자탑 깨지 말라

 

김동운 기자 | kdw@newsprime.co.kr | 2019.09.05 14:20:16

[프라임경제] 최근 금융계에선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국은 'KIKO(knock-in knock-out; 이하 키코) 사태'와 유사하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으며, 해당 펀드상품를 중점 판매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집중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DLF 사태에 있어 중점 사안은 불완전판매 여부로, 현재 정황상 불완전 판매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 금융사를 통해 판매된 주요 DLF 규모는 총 8224억원. 이중 만 70세 이상 고령자가 보유한 DLF 잔액은 전체 가입 잔액의 23%인 1761억원이다. 또 펀드 가입시 현금 제공 의혹을 포함해 금감원에서 접수한 불완전판매 신고건수(8월 기준)도 무려 60여건에 달한다. 

이처럼 불완전판매라고 볼 수 있을 사례가 속속들이 늘어나자, 펀드를 판매했던 은행들에 대해 '고객을 기만하고, 금전에 눈이 먼 집단'이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은행업계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지만 "해당 유형 상품들은 이전부터 판매했던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상태인 만큼 오로지 은행 책임으로 돌리는 건 억울한 면이 있다"고 궤를 같이했다. 

물론 은행업계 입장처럼 금융당국과 소비자들 역시 일부 책임은 존재한다. 특히 금융당국의 경우 이번 사태에 있어 '사태의 원인제공자'가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지난 2015년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느슨하게 푼 바 있다. 신규 시장 창출을 위해 비이자 수익 확대를 노리던 은행들과 운용사들은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비이자수익 확대와 함께 좋은실적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특히 펀드 설립을 사전 등록에서 사후 보고로 간소화하며 은행들이 규제의 허점을 파고들 수 있게 만들었다는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 역시 투자자 책임 원칙에 따른 손실의 1차 책임을 져야한다. 

이처럼 이번 사태에 있어 여러 객체에게 책임이 있음에도 은행들에게 집중적인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그동안 스스로 신뢰를 파괴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 대표 사례가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키코 사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인 2008년 당시 은행들은 '키코'라는 파생상품을 판매했다. 이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DLS 및 DLF와는 다른 유형 상품으로, 판매 역시 개인이 아닌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중소기업들은 '키코는 손실구간에 진입할 일이 거의 없는 안전한 상품'이라는 은행 측의 감언에 속아 상품을 구매했다. 하지만 키코 상품은 '확률이 거의 없는' 손실구간을 돌파했으며, 큰 금액을 투자한 중소기업들은 결국 도산을 피하지 못했다. 

이후 기나긴 분쟁 끝에 대법원은 '키코 상품은 불공정계약이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은행과 소비자간 신뢰 관계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넌 뒤였다.  

물론 키코 상품과 이번 DLF는 유형 및 소비주체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와의 신뢰 관계가 또 다시 무너질 위기라는 점은 분명하다. 관련 은행에서 분명한 제스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시간 흐름에 따라 희미해진 소비자들의 '키코 사태 상흔'은 이번 DLF로 전보다 깊고 뚜렷해질 수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 역시 해당 사태 핵심을 두고 '금융의 신뢰'라는 입장을 표명하며 "엄정 대응"이라는 엄포성 발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사태와 관련된 우리은행 및 하나은행은 물론, 여타 은행들도 상품 판매를 통한 소비자와의 신뢰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원칙상 상품 자체에 하자가 없더라도, 이상 징후는 분명히 있었다. 이를 간과한 은행들이 심각성이 대두된 이후 '우리만 잘못한 게 아니다'라는 말은 무책임한 발상이다.

은행은 '신뢰'라는 무형 자산을 토대로 소비자와의 거래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그동안 무시하거나 가볍게 여겨서 야기된 최악의 사태가 결코 적지 않다. 

이번 사태만큼은 부디 진심어린 사과와 납득할만한 책임을 통해 갈등으로 생겨난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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