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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숨은 전범기업 찾기 'HEIWA FOODS INDUSTRY CO.,LTD'

CJ프레시웨이, 인델리 카레 공급처

강경식 기자 | kks@newsprime.co.kr | 2019.08.13 17:54:43
[프라임경제] 시민 주도 불매운동이 전범기업에 대한 퇴출운동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재 확산되고 있는 전범기업의 목록은 전쟁물자 동원기업이 아닌 강제동원 가해기업을 겨냥하고 있다. 따라서 현존하는 전쟁물자 동원기업의 공개 필요성은 충분히 대두됐다. 반일감정과 양국간 분쟁 이슈가 장기화됨에 따라 불매운동은 무조건적인 일본제품의 거부가 아닌 구체적이고 합목적성을 갖춘 대상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라임경제>는 일본 내 사료를 기반으로 알려지지 않은 전범기업들의 국내 유통 현황을 밝혀 시민들의 주도로 진행되는 불매운동을 적극 지원하며 국내기업의 독립과 자생을 돕고자 한다.

◆'HEIWA FOODS INDUSTRY CO.,LTD'

고노 요시후쿠(河野善福, 이하 고노)씨는 2016년 출판한 자서전 '고노요시후쿠 이야기(河野善福物語)'를 출간했다. 1937년생인 고노씨는 자신이 도금회사에서 일하며 겪었던 태평양전쟁을 비롯해 HEIWA FOODS(平和食品工業, 평화식품공업)에서 전무로 퇴직하기까지 인생을 돌아본 내용을 담고 있다.

'고노요시후쿠 이야기(河野善福物語)'의 작가 고노 요시후쿠와 이력. ⓒ 아마존


고노씨는 2018년 4월28일까지 스스로를 '여든살 할아버지'라고 소개하며 블로그도 운영해 왔다. 고노씨는 HEIWA FOODS에 대한 보다 소상한 기억을 블로그를 통해 기록됐다.

고노씨의 기록에 따르면 '平和食品工業(株)', 아이러니컬 하게도 '평화식품'이라 읽히는 HEIWA FOODS의 전신은 창업주 카토 에이키치(加藤栄吉, 이하 카토)가 1937년 설립한 '금계상회'다. 일본이 진주만을 공습했던 1941년 금계상회는 요코스카 해군 군수 부 관리 공장으로 지정돼 해군에 카레 가루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태평양전쟁 막바지 미군과 영국군의 요코스카 공습은 인근에 있던 금계상회도 소실시켰다. 그러나 단 3개월만에 카토는 같은 자리에 새 공장을 세워 사업을 재개했다. 2년뒤 카토는 금계상회를 법인화 해 승승장구 하는 듯 했으나 1953년 카토는 병으로 숨지고 금계상회는 폐쇄됐다.

문을 닫은 금계상회를 부활시킨건 '주식회사 진지상회'를 설립한 야마자키 마사시(山崎雅司)다. 야마자키는 금계상회의 시설을 임차해 사업을 지속했다. 이후 1956년 '케이식품공업 주식회사'를 운영하던 모리무라 다케지로(森村武次郎)가 주식회사 금계상회를 인수했고, 1966년 도쿄 배급 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한 뒤 1971년 평화식품을 합병해 지금의 '평화식품공업주식회사(HEIWA FOODS INDUSTRY CO.,LTD)'를 탄생시켰다.

고노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기록한 평화식품주식회사의 역사. ⓒ 고노 요시후쿠 작가 블로그


◆전범기업 낙인 찍어야?

문제는 금계식품이 명백히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해군의 병참가운데 하나였고, 이 당시 거둔 수익을 기반으로 전소 3개월만에 다시 공장을 세울 여력을 확보하는 등, 평화식품이 태평양전쟁 시절 일본 해군을 지원해 성장한 이력이다.

앞서 우리 정부는 강제동원과 관련한 일본기업을 대상으로 전범기업을 목록화 했다. 즉 적극적으로 군납 물품을 제조해 전범국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성장한 기업에 대해서는 죄를 묻지 않았다. 전시총동원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기본권이 제한된 일본인의 입장에서 국가의 명령을 따르지 않은 것도 죄가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금계식품의 카레를 계승해 제조 판매하는 평화식품은 기업의 역사도 계승해야 할 필요가 있다. 평화식품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금계식품이 회사의 시작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금계식품으로 부터 시작됐음을 스스로 밝히는 평화식품공업의 연혁 소개. ⓒ HEIWA FOODS


당연하게도 평화식품이 당시 강제로 전쟁에 동원돼 일본해군이 먹을 카레를 생산했고, 이로 인해 성장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은 최소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불쾌한 역사다. 즉 평화식품은 금계식품시절 일본군부가 동아시아와 태평양 인근을 전장으로 만든 행위를 지원한 책임이 남아있다. 

그럼에도 타국의 기업의 스스로의 역사를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은 사적 영역이다. 그러나 이런 회사들을 밝혀내 국민들로 알리는 일은 우리 정부의 책임이다. 또 이런 기업의 제품을 수입하기에 앞서 제조사의 이력을 확인하는 과정은 국민들의 소비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의 책임이다.

◆CJ그룹 정말 몰랐나?

이와 관련해 국내 기업 가운데 식품안전나라를 통해 평화식품에서의 최근 수입이력이 확인된 업체는 CJ프레시웨이(051500)와 주식회사 아이비케이컨설팅, (주)푸드빌 등 3개사와, 강OO씨 등이 있다. 

CJ프레시웨이의 평화식품 수입이력 현황. ⓒ 식품안전나라


이 가운데 CJ프레시웨이만 평화식품에서 카레를 수입해 국내에 유통시켰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해당 업체의 이력을 확인하지 못한 채 수입했고 한일갈등이 시작됨과 동시에 일본기업이라는 이유로 거래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CJ프레시웨이가 취급하는 제품만 약 2만7000여 가지"라며 "한일간 경제갈등 이슈와 동시에 거래를 중단시키는 조치를 취했다"며 단호한 대응에 대해 재차 강조했다.

문제가 불거지기에 앞서 단호한 조치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태평양전쟁당시 일본해군에 보급하던 기업의 제품을 국내시장에 유통시킨 책임은 남아있는 셈. '가장 좋은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제품에 대해서만 확인했다'는 CJ프레시웨이 측 항변은 전쟁피해가 아직 거론되는 현시점에 전범기업에 수익을 제공해온 사실을 상쇄하지 못한다.

특히 2008년 CJ제일제당(097950)은 즉석카레 시장에 평화식품의 제품명과 동일한 인델리커리를 내놓은 바 있다. CJ제일제당은 2009년 등록한 '인델리' 상표권을 지금도 보유하고 있는 상태. CJ그룹과 평화식품이 이전부터 거래해 왔음을 추정할 수 있는 정황 증거다.

관련해 CJ제일제당은 "당시 제품군 가운데 하나가 일본에서 생산된 주문자상표부착수입식품(OEM)으로 들어온 것으로 확인 됐다"면서도 "해당 제조사가 평화식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까지 CJ프레시웨이가 수입한 제품과 CJ제일제당이 당시 일본에서 생산했던 제품은 모두 '인델리'라는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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