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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건조기 논란 LG전자, 3조 손실 모바일 '닮은꼴'

MC사업부, 고객 신뢰 잃은 후 4년 연속 적자…주춧돌 가전 '사후약방문' 없어야

임재덕 기자 | ljd@newsprime.co.kr | 2019.07.06 11:56:23
[프라임경제]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은 건조 시 나오는 응축수를 모아 한 번에 쏴주는 방식으로, 건조할 때마다 세척하기 때문에 (콘덴서가) 오염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이 기능은 올해 처음 들어간 기능인데, 임 기자님은 이 같은 사례를 보신 건가요?"

이는 지난 2017년 4월 프라임경제의 '[여의도25시] LG전자, 전기건조기 '자동세척' 홍보 안 한 이유는?' 보도가 나간 직후 나온 LG전자(066570) 관계자의 항변이다. 아직 피해사례도 나오지 않은 건에 관해 조급한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의도로 풀이된다.

LG전자가 최근 듀얼 인버터 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과 관련해 먼지를 제대로 제거하지 못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 LG전자


해당 기사는 콘덴서를 자동 세척하더라도, 먼지가 누적돼 주기적으로 수동 세척을 해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본지는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콘덴서 부근엔 펌프가 위치해 필터에서 미처 걸러지지 못한 미세먼지들이 쌓이게 되는데, 이를 제대로 세척하지 않으면 옷감에 먼지가 제대로 걸러지지도 않고, 쌓인 이물질 탓에 전염성 질환이나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LG전자가 여닫이 방식의 수동 세척 방식을 대신해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고객들은 제품을 분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콘덴서를 청소할 수 없게 됐고, 이를 세척하기 위해서는 출장비 1만8000원, 분해비 5만5000원(진열설치 시 6만원) 등 7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로부터 약 2년 가량이 지난 현재 이와 유사한 사례가 빗발치고 있다. 이 같은 피해를 본 고객들이 모여 만든 네이버 밴드(밴드명 엘지건조기 자동콘덴서 문제점)에는 6일 현재(오전 11시 기준) 1000건에 가까운 인증 사진과 영상이 올라왔다. 이 문제가 불거진 지 불과 7일 만의 일이다.

LG전자는 모바일(MC) 사업본부의 사례를 떠올려야 한다. 

LG전자는 피처폰 시절인 2008년 전 세계에서 세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소비자들의 큰 신뢰를 받았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면서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 소홀, 무한부팅(기기 전원이 켜졌다 꺼졌다 반복하는 현상)에 관한 대안 미흡 등으로 고객 신뢰를 잃었다. 그 결과는 2015년 2분기부터 4년여간 3조원이 넘는 적자로 이어졌다.

LG전자는 이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믿고 오래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을 만들겠다"며 고객 신뢰 쌓기에 나섰고, 최근(V50) 들어서야 점차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생활가전(H&A) 부문은 현재 고객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 지난 1분기 전체 영업이익의 80.7%를 차지했을 정도. 

지난 5일 LG베스트샵에 내려온 공지문. LG전자는 4일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자 이 같은 대응책을 내놨다. ⓒ 프라임경제


그러나, 이번 건조기 사태를 보면 이 또한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일례로 LG전자는 이번 건조기 사태가 불거진지 이틀째 되는 지난 5일 일선 판매점(LG베스트샵)에 고객 대응 가이드를 내렸다. 

이 가이드에서 LG전자는 "최근 인터넷에서 본 자료로 자사 콘덴서와 관련해 문의하는 고객들이 있는데, 이는 극소수의 제품에 대한 내용일 뿐이며, 일부 사용환경에 따라 먼지가 있을 수 있으나 가장 중요한 건조 성능에는 이상이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걱정하시고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에게는 무상점검 서비스가 제공되는 점. 먼지와 관련해 문의하는 고객에게'만' 대응해 주시길 바란다"고 응대토록 했다. 

특히 고객이 직접 콘덴서 상태를 확인할 수 없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 9㎏대 제품은 무상 '점검' 대상에서도 제외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해소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문제를 제기한 고객에게만 무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대응을 최소화하려는 행보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엘지건조기 자동콘덴서 문제점' 네이버 밴드에 올라온 인증 영상 캡쳐. 먼지가 콘덴서의 대부분을 덮고 있다. ⓒ 프라임경제


이와 유사한 사례는 또 있다. 

LG전자는 지금껏 "건조기를 사용하다 보면 콘덴서 부분에 미세한 먼지들이 쌓이고 공기순환을 방해해 건조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며 "따라서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은 프리미엄 건조기가 갖춰야 하는 주요 기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고 홍보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터지자 "콘덴서에 먼지가 보인다는 자체가 건조기의 성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말을 바꿨다.

고객들이 인증한 사진이나 영상에 등장하는 것처럼 먼지가 콘덴서를 '뒤덮거나' '눌어붙은' 게 아닌 단순히 '보이는 것'이라는 표현으로 건조기 성능에 문제 되지 않는다고 해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위의 발언을 의식한 것이자, 자사 제품의 결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의도가 섞인 표현으로도 보인다.

LG전자는 고객 신뢰를 잃어 수년째 적자에 허덕이는 MC사업본부의 현실을 떠올렸으면 한다. 아울러 '경영의 출발점이 되는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항상 최종소비자 관점을 중시해 판단하고 평가한다'는 LG그룹의 제1 경영이념을 토대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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