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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항공화물 1/5 고객 동남권 홀대…中, 남부 발전 위해 '푸동·바이윈' 선물

[동남권'관문'공항의 경제마법②] 각종 약점에도 지방에 허브공항 투자, 결실 이뤄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tea@newsprime.co.kr | 2019.07.03 16:00:41

[프라임경제] 동남권에 신공항을 짓는 상황에 관문공항 일명 허브공항이 필요하냐는 회의론을 대할 때마다 일부에서는 '균형 발전론'이라는 카드를 꺼낸다. 하지만 이런 답은 서울중심주의(이미 수도권에 세워진 인천국제공항 중심주의)에 대한 제대로 된 답은 아니다. '거점공항으로 충분하지만'이라는 잘못된 전제를 깔고 들어가는 게 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이 있지만 지방도 '배려'해 달라는, 혹은 지방도 불편하니 허브공항 하나 갖고 싶다는 왜곡된 욕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번에 총리실에서 동남권신공항 입지 등 전면 재검증을 진행하는 과정에는 이런 수요와 필요성에 대한 정확한 재평가가 선행되어야 할 필요가 제기된다. 비로소 그에 맞는 공항의 위상이 무엇이고 그에 맞는 입지가 제대로 선정됐었는지 여부(김해공항을 확장해 김해신공항으로 삼자는 기존 구상이 맞는지 여부)를 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부산 옆 김해공항에서 뜨고내리는 국제 항공화물의 41%가 '수도권 출신'이다. 이런 몇몇 요소를 단편적으로 보면 부산에도 이미 국제공항이 있고, 충분하다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벌크카고와 와이드·내로우 기종을 아시나요?

하지만 사실은 이와 다르고, 더 복잡하고 미묘하다. 

김해공항은 전국에서 외국으로 떠나는 혹은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항공화물 중 3%를 채임진다. 인천 공항이 94%의 화물발생량을 도맡는 발군의 위상을 차지하지만, 청주와 제주 등 나머지 공항들이 모두 합쳐 3%인 점을 감안하면 김해(부산)의 위상도 작다고는 할 수 없다.

상당한 화물이 뜨고 내린다는 것이지만, 문제는 그 내용이다. 김해의 항공화물 물동량은 동남아 등 가까운 노선에 치중돼 있다.

수도권 등에서도 가까운 곳은 스케쥴 등을 고려, 인천에서 싣는 것을 고집하지 않고 육상화물 등과 결합, 김해를 창구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일종의 선택지 문제인 셈이다.

하지만 부산과 경남, 더 넓게는 대구·경북 등 통칭 동남권에서 화물 수출 등을 고려할 때는 '선택의 여지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김해는 현재 미주나 유럽행 직항을 띄울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며, 앞으로 신공항으로 확장된다 해도 국토교통부가 활주로를 3200m로 못박은 게 유지되면 대형기를 띄우기 사실상 곤란해진다(대형기는 3700m가 필요하다는 게 정설).

여객기와 화물기가 완전히 구분되는 경우도 있으나, 화물과 승객을 모두 수용할 수도 있다. 동시 사용이 가능한 기종 중 대표적인 것으로 보잉 747콤비 기종을 들 수 있다. 꿈의 초대형 항공기로 주목받았던 A380이나 보잉 787드림라이너 그리고 기존 기종인 A340, 보잉 767급 등은 승객을 싣고도 하부에 화물 컨테이너를 적재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 덩치가 작고 폭도 좁은 내로우 기종(여객기 기준으로 보면 복도가 한줄인 기종) 즉 보잉 727이나 737 혹은 A320급은 컨테이너 포장이 아닌 짐을 그대로 싣는 '벌크 수송'만 가능하다.

다시 간단히 말하면 경남이나 부산, 경북권 등에서는 미주와 유럽으로 혹은 중요 화물을 나를 때 여지없이 인천까지 트럭으로 날라 대형기에 맡겨야 하며, 김해에서 띄우고 받을 수 있는 화물 항공물이란 가까운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일부 짐에 국한되는 치명적 핸디캡이 있다는 것이다.

항공화물 운송, 야간에 이뤄져야…'커퓨타임' 김해, 원천적 불능

그래서 PK와 TK에서는 오늘도 막대한 물류비를 도로에 뿌려가면서 인천공항으로 화물운송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 수요나 수반 지출이 적은 것도 아니다. 부산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동남권 기업들은 허브공항이 없기 때문에 1년에만 총 230억원대의 물류비 추가지출을 한다.

참고로,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전체 항공화물 물동량 중 PK와 TK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조금씩 늘고 있으며, 2017년 기준으로만 보면 전체 항공화물의 18.25%에 해당한다. PK로만 한정해도 15%라고 한다(한국관세무역연구원 통계와 부산발전연구원 자료 등 참조). 지방의 수출 전사들이 경쟁력을 보강받기는 커녕 이렇게 출혈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인천공항 항공화물 물동량의 수요처를 전국 지역별 비중으로 분산해 정리한 비율표. 동남권 허브가 없어 중장거리 중요화물 취급해 해당 지역이 큰 추가 지출을 하고 있다는 방증자료다. ⓒ 부산발전연구원

단순히 큰 공항을 지어주면 앞으로 더 많은 고부가가치 산업이 들어올 수도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지금 들어온 업체들의 활동에 차질이 큰데 현재 인천 허브 독점 정책을 고수해야 옳으냐는 현실론의 문제다.

전체 항공화물의 1/5을 차지하는 대형 소비처이면서도 이렇게 홀대받는 한국 동남권의 상황은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다른 심각한 결함도 김해공항(앞으로 개장할 김해신공항)은 갖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항공화물 운송은 주로 야간에 이뤄진다. 대부분의 항공이용 화주들이 야간에 선적하고 그 다음 도착지에서 오전 내 통관을 마치는 등 도착지에서 오전 중 늦어도 정오쯤 수속과 인계상황을 끝내고 싶어한다(이은섭, '동북아 허브공항의 국제선 연결분석', 2019년, 중앙대학교 글로벌인적자원개발대학원).

반대로 이야기하면 근거리 노선이 아닌 중장거리 항공화물 논의에서 상대국에서 오전에 받을 수 있게 우리쪽에서 자유자재로 출발 시간을 여러 항공편으로 다양화해야 경쟁력이 있다는 소리다. 하지만 소음 문제로 커퓨 타임 제약이 있는 김해는 앞으로 시설을 증설해도 심야 활용이 어려운 반쪽자리 공항이 돼 항공허브 구축은 언감생심, 화중지병에 불과하다.

◆연간 230억원 출혈 강요당하는 한국 동남권…중국은 달랐다

앞서 기사에서도 소개했듯 중국은 물론 세계 각국이 허브공항을 갖고 싶어하고, 자국의 허브공항 흥행을 위해 다른 나라 항공 수요를 뺏어오는 데 공을 들이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중국은 이미 베이징에 허브(수도국제공항)를 갖추고 있음에도 이를 여객 수요 집중에 사용하고 그 옆에 텐진공항을 통해 화물 수송에 나서며(텐진은 과거부터 항구가 발달한 곳이라 항공 수출입 외에도 수상수출입 책임도 떠맡는다), 푸동(상하이)와 사실상 중국땅인 홍콩(일국양제지구)에 쳅락콕 등 국제적 수준의 허브를 이미 구축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동남부에 광저우 바이윈공항을 글로벌 허브 수준으로 화려하게 구축하는 추가 무리수까지도 감행해 글로벌 운송계의 눈길을 끌었다.

왜 이것이 무리수였는가? 항공 관련 공신력 있는 자료인 OAG에 의하면, 2017년 기준 글로벌 허브공항들을 망라해 '연결성'을 점수화한 결과, 싱가폴 창이 6위를 비롯해 인천은 17위를 차지했다. 참고로 홍콩 쳅락콕 12위, 뉴욕(JFK) 18위 등으로 중국의 베이징이나 푸동 등은 지표에 나타나지 못한 상황이며, 일본의 나리타, 하네다와 서부의 간사이 그리고 주부(나고야권) 역시 2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실제로 2016년 물동량을 보면(현실) 위와 같은 연결성 매력도 만으로 실제 성과지표가 가늠되지 않는다는 것. 여객 면에서 일본 도쿄의 하네다가 5위였다. 홍콩 쳅락콕이 8위, 상하이 푸동은 9위를 차지했으며 광저우 바이윈이 15위에 마크됐다. 우리의 인천은 20위였다.

화물로 눈길을 돌려보자. 화물 면에서도 홍콩 쳅락콕이 1등, 미국 멤피스가 그 바로 아래를 차지했다. 상하이 푸동이 3위를 차지했고 광저우 바이윈도 18위를 기록한 점을 보면(한국 인천공항 3위), 허브 정책과 과감한 공격영업방식이 허브공항의 성패에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풀이다.

베이징과 상하이 푸동 그리고 홍콩의 쳅락콕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는 일부 의견에도 중국 당국은 굳이 2004년 기존 광저우 시설을 대대적으로 키운 바이윈 허브를 장만했다. 2004년의 이 무리수와 그 이후 전투적 경쟁 구도 형성으로 인천이 일말의 피해를 입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2014년 기준, 인천은 여객면에선 세계 8위, 화물은 2위권을 기록한 적도 있으나 위의 2016년 자료취합에서 20위/3위로 내려앉은 셈이다.

광저우 바이윈공항의 조감도. ⓒ 바이윈공항공사

중국이 광대한 국토를 가진 것은 우리와 비교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국토가 좁다 해서 중국의 이런 항공정책을 도외시할 건 아니다. 지역 발전과 수출 그리고 물류 전략에서 자국 균형발전과 성장여력 극대화를 추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본이나 우리 같은 경쟁국 허브공항들의 몫을 뺏겠다는 웅대한 꿈을 '현실화'한 점은 분명 벤치마킹할 부분이 있다. 허브공항을 만들어 달라는 호소를 지역이기주의와 어설픈 균형발전론의 렌즈를 통해 보기에는 동남권의 산업구도가 입고 있는 현실적 낭비와 잠정피해가 너무 크다.

바꾸어 말하면 이미 갖추고 있는 동남권의 경쟁력과 산업상황에 허브공항을 요구할 최소한의 자격은 갖추어진 셈이자, 앞으로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이를 얻어야 할 필요도 크다는 것이다.

더욱이, 인천공항이 더 이상의 성장에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게 지금 상황이고 보면, 중국처럼 또다른 심장(즉 허브공항)을 아랫지역에 과감히 이식해 보겠다는 구상을 할 필요성이 높다는 주문이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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