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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불완전경쟁' 부동산시장, 전문 감정평가사에 맡겨야

한국감정원, 빈도 낮은 '실거래' 기반 조사산정 혼란 야기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19.06.03 14:33:41
[프라임경제] 한국감정원이 '한국감정원법'에 의해 부동산감정평가업무에서 손땐지 3년, 여전히 해외 국제회의 등에서는 여전히 감정평가기관으로 행세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감정원은 감정평가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공공기관으로서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다.

물론 한국감정원이 감정평가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해외 감정평가 관련 연구 및 제도 교류 등을 주제로 한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감정평가관리기관과 감정평과기관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한국감정원은 부동산감정평가업무를 할 수 없는 기관으로, 다만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에 관한 '조사·산정'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일반에는 생소한 '조사·산정'이라는 개념이 생겨난 것은 '한국감정원법'에 의해 한국감정원이 감정평가업무인 '조사·평가'를 할 수 없게 되면서 만들어진 구조를 이해해야만 한다.

시장경제에서 △다수의 판매자와 구매자 △상품의 동질성 △기업의 자유로운 진입과 퇴거 △완전한 시장정보 등 조건을 갖추고 있는 시장을 경제학 용어로 '완전경쟁시장'이라 칭한다.

이 중 하나라도 갖추지 못한 시장을 '불완전경쟁시장'이라고 하는데, 부동산시장은 대표적인 '불완전경쟁시장' 중 하나다.

우선 부동산거래의 대상이 되는 부동산은 당연하게도, 각각 매물이 개별성을 지닌다. 매물이 되는 토지나 건물은, 고유한 장소에 존재하기 때문에 같은 물건이 있을 수 없다.

또, 부동산매물은 소유자가 1명일 수밖에 없다. 공동 소유가 있을 수 있지만, 이 경우 소유자의 해당 권리만큼만 양도할 수 있으므로, 결국 한 물건 당 하나의 소유주만 존재한다. 반면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은 1명일수도, 여러 명일 수도 있다.

따라서 부동산거래는 거래자들 간 임의로 매긴 가격으로 이뤄진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합의만 한다면, 같은 매물을 1000원에도, 1억원에도 거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동산시장의 '불완전성' 때문에 '적정' 부동산가격을 산출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래서 경매나 부동산담보대출 등 부동산에 '적정'한 가격을 매겨야 하는 일에 전문가인 '감정평가사'가 필요한 것이다.

개별적인 건이라고 할 수 있는 '경매'나 '부동산담보대출'와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인들에게 세금이나 토지보상 등 각종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으면서 자주 접하는 것이 '공시가격'이다.

공시가격은 정부가 조사·산정해 공시하는 가격으로, 토지 지가산정 등 부동산 가격의 지표가  된다. 이 때문에 매년 공시가격 산출시기가 오면, 국토교통부에서 감정평가사들에게 위탁해 전국의 필지를 조사·평가해 발표하게 된다.

한국감정원은 1969년 은행담보감정을 위해 설립되면서, 지금의 사명(社名)을 얻었다. 이후 은행담보감정업무가 감정평가사들에게 넘어가고, 2016년 한국감정원법이 지정되면서 한국감정원은 감정평가업무와 전혀 무관한 기관이 됐다.

그럼에도 정무적인 이유에서일까. 모든 부동산을 감정평가사가 '조사·산정'하는 것이 전문성과 객관성을 위해서라도 합리적으로 보이는데도, 한국감정원은 '조사·산정'이라는 방식으로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에 관한 공시업무를 수행 중이다.

감정평가는 전문화된 부동산 감정평가기법에 의해 가격을 산출하는데 반해, 한국감정원의 '조사·산정'은 실거래가격을 기반으로 가격을 산출하는 것이다. 부동산은 실거래가 자주 일어나지 않는 시장이다. 당연히 실거래가 일어난 시점은 천차만별이고, 오래된 곳도 많다.

한국감정원은 최근 해명자료를 통해 한국감정원의 정체성에 대해 '감정평가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공공기관'이라고 발표했다.

이제는 그 정의대로 한국감정원은 감정평가의 역할은 전문가들인 감정평가사들에게 넘기고, 한국감정원은 이를 관리·감독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철학자인 공자(孔子, B.C.551~B.C.479)는 '명칭을 실제에 맞도록 바로잡아야 한다'는 '정명론(正名論)'을 주장한 바 있다. 한국감정원도 관리·감독기관으로서 그 명칭을 '정명(正名)'해야 함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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