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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무역협상 빠른 진척에 제동건 日, 어떻게 볼 것인가?

고위 당국자, 기자들에게 선 그은 해석 강조…명분으로 국제사회 접근보다 '계산기' 필요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04.29 10:09:09

[프라임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 및 골프회동을 진행하며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양국은 아직 첨예한 이해가 걸린 무역협상을 빠르게 처리하는 데까지는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사히신문은 28일자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6일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임했던 장면을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 무역협상의 '5월말 합의'이 가능할 것이라며 강한 기대를 나타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지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환담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그런데 좀 이상한 구석이랄까, 우리 상식엔 약간 의아해 보이는 구석이 있습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5월 다시 방일할 계획을 언급하면서 "스모 경기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또 "우승자에겐 트로피도 수여한다"고 말했다는 것인데요.

이는 내달 다시 일본을 찾을 때 협상을 매듭짓고, 느긋하게 관광과 행사를 즐기겠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고 풀이됩니다. 실제로 이에 따라 일본 언론들은 5월까지 무역협상 타결이 가능한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당국은 5월말까지 무역협상을 마무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태도를 바로 드러냈습니다.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모테기 도시미쓰 경제재정장관이 기자들 앞에 나서서 "무역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회담에서 뜻을 모은 것은 '조기합의를 목표로 한다'는 점까지다"라고 선을 그은 것이죠. 

현재 추정되는 내막은 이렇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본격적인 무역협상을 벌인지는 이제 불과 한달 남짓. 둘 다 글로벌 경제 침체 상황에서 조금 더 빨리 문제가 해결되면 좋지 않겠는가, 바다 건너에서 보는 우리의 일반적 시선은 이렇습니다. 아사히신문도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인 농민들의 조기 관세 인하 요구 등에 무역협상 조기합의를 바라고 있다고 지적해 미국의 빠른 타결 속내를 짚기도 했지요.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이는 일본 정부의 정치적 시간표 때문인데요. 아베 총리 등 일본 정부는 7월 하순 참의원 선거 이후부터 미 대선이 본격화 하기 전까지의 기간 내에 이 무역협상을 마무리하는 게 낫다는 의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미국이 약간 더 서두르는 기색이긴 하나 굳이 뭐 어떤 조건 변경을 감수하면서도 시간표 집착을 할 정도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일본도 미국과 무역협상을 빨리 끝내는 게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비굴하게 꺾이고 싶지 않은 상황이라는 대목도 같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두 나라는 모두 글로벌 침체 상황에서도 유례없이 탄탄하게 잘 버티는 체력을 과시 중인데요. 미국 같은 경우 한국이 심지어 마이너스 성장 우려 성적표를 받아든 것과 달리 크게 우수한 경제 지표를 기록 중이기도 하지요.

그런 저력이 있기에, 무역협상을 통해 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는 과정에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응할 수 있고, 그럼에도 또 한편으로는 상대방 생각은 어떤지 떠보는 등 자유자재로 공격방어방법을 활용할 여지도 생긴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국제 무대에서는 이렇게 서로의 시간표를 고려해 수를 써 가며, 혹은 내 시간표를 가급적 드러내지 않으면서 대처해야 보다 많은 걸 얻을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번 상황을 보면서, 정부의 대북 정책과 미국 등 여러 나라에 '중재자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우리 입장을 생각해 봅니다.

물론, 판문점에서 북측과 의미있는 대화를 나눈지도 1년이고 이제 더 의미있는 전진을 하고 싶은 것도 이해 못할 바 아닙니다. 하지만 중재를 할 상황 자체를 잘못 판단해 발을 내딛거나 엉뚱한 곳에 자리를 펴서는 오히려 한국을 빼고 대화를 하는 게 낫다는 이상한 생각을 여러 강대국들에게 심어줄 위험성이 있는 것입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8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거론한 6자회담과 관련해 미국이 선호하는 방식이 아니라고 발언한 점은 그래서 의미가 큽니다. 이는 물론, 한반도 평화 운전자론을 강하게 외쳐온 청와대로서는 대단히 불쾌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에까지 대북 제재 이행을 촉구하는 힘센 볼턴식 밀어붙이기를 빼버리고 계산기를 두드려서는 제대로 된 답이 나올 수도, 제대로 된 시간표가 나올 수도 없습니다. 중재자론을 버리라는 게 아니라, 중재자든 약자 외교든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저렇게 무역협상 시간표를 잘 관리하고 있는 일본처럼 명분보다 실리를 중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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