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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소 잡는 칼 들고 멸치머리 내리친 '부산시 소방행정'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19.04.08 14:58:16

[프라임경제] 최근 대형 화재 사건이 국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강원도에서 일어난 초대형 산불은 국가재난사태에 준하는 재난이었지요. 발빠른 비상조치에도 불구하고 강풍을 등에 업고 삽시간에 번진 성난 불길은 하루를 꼬박 채우고서야 겨우 주불을 잡는데 성공했습니다.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잃고 망연자실 주저앉은 피해주민들의 사연에 안타까움이 먼저 앞섭니다.

역대급 재해로 기록될 강원산불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한동안 비가 오지 않아 건조주의보가 내려진 부산에서도 지난주 내내 크고 작은 산불들이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당국의 조치로 인명피해까지는 없었지만 부산시 대응이 과연 적절했는지는 짚어 봐야할 문제입니다.

부산 산불의 사례를 통해 전문성을 갖춘 중앙관제탑의 시급성을 되짚어 보고자 합니다. 

#1. 지난 2일 13시경 반송 운봉산서 발생한 첫 산불은 산림 20여 헥타르(ha)를 태우고 18시간만인 이튿날 09시 진화(진화율 90%)됐습니다. △동원인력 3608명(소방대원, 군·경 및 공무원 등) △장비동원 107대 (헬기 21, 진화차량89 등) 등 투입 상황을 기록했습니다.

#2. 5일 0시40분경 철마면 실로암 인근 화재 사건은 당일 10시경 진화(진화율 90%)됐습니다. 2일 운봉산 잔불이 재불 원인으로 꼽힙니다. △피해 면적 20ha △인력 1030명 △장비동원 8대(헬기 2, 진화차량 6 등) 등으로 집계됐습니다.

#3. 5일 장안읍 남대산 화재는 새벽 2시경 일어났습니다. 주불이 아침 8시53분경 진화됐습니다(진화율 80%). △피해면적 1.5ha(축구장 약 2배) △인력 2727명 △장비 33대(헬기 13대, 진화차량 30대 등) 등으로 집계됐습니다.

실로암과 남대산 피해상황보고. ⓒ 부산광역시

1번과 2번 사례의 경우, 피해면적은 20ha로 동일하지만, 가장 중요한 주불 진화 소요시간과 인력 및 장비 투입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게 발견됩니다. 먼저 진화시간은 18시간과 9시간 20분으로 무려 2배에 달합니다. 또 인원은 3608(명) 대 1030(명), 장비 107(대)와 8(대)의 차이가 있는데요.

물론, 이 둘만 놓고 단순히 대응력을 논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겠습니다. 현장의 등고선 높낮이 차이와 바람세기 등 여러 환경적인 요소들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3번 케이스는 좀 사정이 다릅니다. 피해 면적이 앞서 두건에 비해 10분의 1에도 못 미쳤습니다. 축구장 2개 크기에 투입 인원은 1번 화재 사례와 대동소이 하고, 사례 2번 화재보다는 2배, 장비는 5배를 넘게 쏟아 붓고도 주불 진화에 걸릴 시간은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진화지휘관은 부산시 환경정책실장(사례 1과 3)과 기장군수(사례 2)입니다. 

물론 대응(사례 3)이 적절해서 피해 면적이 적었다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현장에서 진화를 위해 애쓴 소방관 말에 따르면 "화재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인력과 장비가 투입됐다"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실제로 주불이 잡힌 5일 08시50분 이후에도 다수 시 공무원들은 노란색 작업복을 걸치고 현장으로 떠나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됐습니다. 시 청사를 떠난지 얼마 후 말끔한 상태로 복귀한 이들은 "현장에 도착해 보니 이미 상황은 종료되었고 불필요한 인력과 장비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고 귀띔했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부산산불이 최초 발화 2일로 다시 가 볼까요? 당시에도 부산시는 저녁 7시경에 전 직원 동원령을 내렸지만 집합 시간은 이튿날 3일 새벽 5시였습니다. 이를 두고 많은 공무원들은 "갈려면 당장 현장에 급파시켜야지, 불 다타버린 후에 가서 뭐하자는 건가?"라며 시의성 떨어지는 시 행정에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부산시에 적절치 못한 위기대응력이 도마에 오른 건 어제 오늘이 아닙니다. 지난 2월28일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의 광안대교 충돌사고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고 직후에 취한 늑장 안전조치는 그야말로 아연실색할 수준이었습니다 "일단 멈추고, 살피고, 진행한다"는 기본조차도 지키지 않은 채 우왕좌왕하다가 사고발생 무려 2시간 지나 교통통제가 이뤄지면서 불안에 떤 시민들로부터 수많은 질타가 쏟아졌지요.

재난 대응에 있어 골든타임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특히 원전밀집지역인 부산은 더욱 절실하지요. 만일에 경우 현재와 같은 비전문성과 결여된 위기대응력이 지속된다면, 340만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낼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방대한 재난 정보가 수록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지형지물과 상황을 정확히 예측 판단해 인력과 장비를 적재적소에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선제적대응력을 갖춘 콘트롤타워가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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