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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해부] 교보증권 ②지분구조…'종합금융그룹' 꿈따라 움직일 꽃놀이패

FI 이슈와 자금확충에서 소방수 거론…인터넷은행 등 영역 확장 구도에서 자금줄 변신 가능성?

임혜현·하영인 기자 | tea@·hyi@newsprime.co.kr | 2019.02.04 11:56:11
[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상황과 경영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몰락의 나락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금융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파악해보는 특별기획 [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국내 최초'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교보증권에 대해 살펴본다.

증권업계는 부익부 빈익빈 상황에 처해 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 자기자본 기준 상위 5개사(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의 순이익이 전체 증권사의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2015년 45.77%에서 2016년 40.21%, 2017년 52.65%에 이어 2018년 49.38%로 부침은 있지만 점차 확대 방향을 향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 교보증권의 현재와 미래는 어떨까? 특히나 교보증권은 매각 대상에 오르내린 바 있다(공시를 통해 부정한 바 있어 일단 이 이슈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지난 1월14일 교보증권의 잠정 실적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933억856만원으로 추산된다. 전년 동기 911억5547만원 대비 2.4% 증가한 것.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2509억원(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 당기순이익은 773억4135만원(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5년 789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이후 3년만의 실적 잔치인 것으로 평가된다.

대형 증권사들이 일제히 자본을 확대하고 수익성 개선에 나선 점을 감안해 볼 필요가 높은 성적표다. 자본력이 적은 중소형 증권사가 상대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인 것.

증권, 모기업 보험사 상황 따라 매각설 오르내린 사정

이렇게 보면 증권사 자체의 문제만으로 매각설에 오르내린 게 아니라는 점을 눈치챌 수 있다. 실제로 교보증권 매각설은 교보생명의 자금 사정에 따라 부각됐던 이슈다.

교보증권은 교보생명 아래에 있다. 교보생명이 교보증권·교보악사자산운용·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등 6개의 소규모 금융 자회사와 교보문고·교보핫트랙스 등의 비금융 영역 자회사를 거느리는 모양새다. 지주회사격인 교보생명의 지분 상황을 보면, 2019년 1월 기준으로 신창재 및 특수관계인은 교보생명 지분 39.45%를 보유하고 있고 2대주주인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지분 24%선이다.

교보생명이 교보증권 등 계열사를 거느리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최근 교보생명이 FI와 자금의 확충 필요성 등에 직면하면서 교보증권 매각 카드가 부각됐던 이유다. ⓒ 교보생명


이런 터에 교보생명은 재무적투자자(FI)의 풋옵션 행사 통보로 자금 압박에 직면했다. 그간 교보생명은 기업공개(IPO) 요구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뚜렷한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신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 도입 상황이 분명치 않았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FI들의 태도가 단호하게 바뀌면서 결국 IPO로 가닥을 잡았다. 풋옵션 건이 현실화할 경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다시 사들여야 할 지분의 가치는 투자 원금을 고려해 최소 1조원대 중반으로 추산된 바 있다. 증권사를 매각해 필요한 자금을 충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그래서 나왔다.

이 와중에 교보생명이 교보증권 매각 카드를 내려놓기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교보생명이 교보증권 매각 카드를 내려놓은 이유로 IFRS17 도입이 연기됨으로써 일단 시간을 벌 수 있게 된 점이 거론된다. IFRS17은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보험권에 부담 요소가 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2021년으로 당초 잡아온 IFRS17 적용 시점을 2022년으로 1년 연기하기로 지난해 11월 결정했다. 교보생명 등 국내 보험업계가 한숨 돌리게 된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보험회사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K-ICS 도입을 앞두고 금융감독원이 오는 5월 K-ICS 도입에 따른 보험사별 영향을 평가하는 계량영향평가(QIS)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업계에 체질 개선을 당부하는 목소리가 높다. 교보생명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함은 자명하다. 지난 1월 임준환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K-ICS 시행에 따라 보험사들의 자본관리에 선진화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임 선임연구위원은 "보험사들은 요구자본을 관리하기보다는 금리 변화에 대응한 채권 재분류, 후순위채권·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으로 가용자본을 확충하는 데 더 집중해 왔다"고 회고하고 "특히 최근 신종자본과 후순위채 발행이 부쩍 늘었다"고 짚었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 하이브리드 증권으로, 일정 요건에서 기본자본으로 인정된다. 교보생명은 과거 발행으로 잔액이 남아있고, 2018년에도 또 발행을 추진하다 보류한 바 있다.

채권 재분류와 장기국채 매입은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로 평가하는 K-ICS 체제에서 효과가 제한적이고, 여유자금이 충분치 못하면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 자체가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일각에서는 교보생명이 배당성향을 늘리고 신종자본증권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자본 건전성을 확대하는 방안도 동원할 수 있다고 봤지만 그것이 요원해진 셈이다. 교보생명으로서는 어느모로 보나 IPO에 전력투구해야 할 필요가 제기되는 셈이다.

◆은행업까지 탐내는 상황, 결국 다시 매각 저울질 가능성?

또다른 문제도 있다. 교보그룹에서 영역 확장에 대한 야심을 갖고 있기 때문. 최근 금융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제3의 인터넷은행 컨소시엄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보증권 본사. ⓒ 교보증권

교보생명 실무진이 지난달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에 참석한 게 대표적 징후로 업계는 짚는다. 일명 제3 인터넷은행 컨소시엄 구성에 교보생명이 참여를 검토하느냐의 여부다.

불발되긴 했으나, 2015년에 이미 인터넷은행 진출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KT·우리은행 등과 접촉한 이력이 있음을 고려하면, 아직 은행 경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오랜 숙원으로 남겨놓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

이런 상황을 두루 고려해 보면, 교보증권 더 나아가 교보그룹의 의중은 보험·증권·은행을 잇는 종합금융그룹인 것으로 보인다.

이 기본 밑그림에 따르면, 그리고 지금 자금의 전체적인 아웃라인에 따르면 교보생명으로서는 교보증권을 팔고 싶어할 이유가 크지 않다. 

교보증권의 시가총액을 약 3500억원 수준으로 볼 때, 교보생명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1800억원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매각금액은 3000억원선. 이것만으로 보험이 필요로 하는 지급여력비율 개선 효과 등을 모두 거둘 수는 없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교보생명(그룹)이 교보증권 관련 불확실성을 괜히 키우는 대신, 보험사 IPO를 일단 전력을 다해 처리하고 그 다음에 조성되는 구도를 최대한 활용해 그 다음 국면을 풀어나갈 것으로 보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는 풀이다.

다만 IPO와 자본확충 이슈가 맞물려 있고 인터넷은행 등 고려할 사항이 많은 통에 다른 선택을 할 여지가 0은 아니라는 풀이도 존재한다.

신주 발행으로 인한 지분희석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만으로 자본 확충을 마무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점에서 교보증권 매각 가능성이 남아있지 않냐는 풀이도 없지 않다.

또 인터넷은행에 실제로 뛰어들고자 하는 경우, 최소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초기 자본금이 필요하다는 점도 관심을 모은다.

보수적으로 운영되는 보험사가 중심 기업인 교보그룹의 상황에서, 만에 하나 은행업 진출과 증권 유지의 양자택일을 할 구도가 조성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인 셈이다. 보험계 속성에서 보면 인터넷은행도 아직 불안정한 포맷인 것은 사실이다. 다만 만약에, 증권과 은행 중 어느 것이 더 유리할지 건곤일척의 선택을 할 경우 반드시 교보증권 유지만을 택할 게 아니라는 지적을 하는 이도 없지 않다.  

글 초반에 설명한 바와 같이 증권업 부익부 빈익빈 경향이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아니냐는 위기감과 본질적 구도 변화 때문에, 아예 지금 구도와는 크기가 다른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는 관점인 셈이다. 이 경우 증권업 확충이 필요한 우리금융그룹에 교보증권을 매각하고 인터넷은행 컨소시엄 손을 잡는 등 드라마틱한 전개가 이뤄질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다는 것이다. IPO를 통한 순차적 문제 풀이 기대감이 가장 높지만, 이 같은 부수적 가능성, 교보증권 매각 가능성도 남아있다가 오는 연말 내년 초엔 재차 관전포인트로 재부상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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