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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인의 메디컬 포인트] '욕창' 발생 분쟁, 병원 책임 70% 제한

"2시간마다 자세 바꿔줘야…치료 어려워 예방이 최선"

하영인 기자 | hyi@newsprime.co.kr | 2016.03.09 15:19:32

[프라임경제] #. 저산소성 뇌손상 상태인 A씨는 C병원에서 3개월간 입원 치료를 하다 지속적인 재활치료를 위해 B병원으로 옮기게 됐다. 그러나 입원 25일 만에 미골(꼬리뼈)·좌측 발목·우측 장골 부위에 욕창이 생겼다. 상처드레싱, 항생제 치료를 받았으나 증상은 악화됐고 그는 약 6개월 후 다시 C병원으로 전원했다. 미골 부위는 계속 악화돼 현재까지 치료 중이다.

A씨 주장에 따르면 B병원 입원 후 관리를 소홀히 해 욕창이 발생했다. 또한 부적절한 욕창 관리로 욕창 크기가 더 커지고 욕창 주변 조직이 악화되기에 이르렀다. 상급 병원 전원도 지연시키는 바람에 상처가 커져 수술을 받을 수 없게 됐다는 의견이다.

이에 B병원은 "A씨는 입원 당시 폐렴, 고열 등을 앓고 있었다"며 "A씨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욕창도 악화된 것이며, 움직임이 어려운 환자에게 욕창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B병원 측은 욕창 발생 후 △고열량 식이 △영양제 주사 △소독 처치 △균 배양 검사와 적절한 항생제를 처방하는 등 조치를 모두 했으므로, 손해배상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다가 "300만원 정도 배상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서울시내 한 병원의 1인병실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 뉴스1

A씨가 입원했던 B병원 병실은 환자 35명에 간병인 한 명이 환자 5~6명을 24시간 간호하고 있었다. B병원 간호기록지를 보면 A씨의 자세 변경은 입원 초 하루 1~2회 정도에서, 약 한 달 후 2시간마다 이뤄졌다.

이 밖에도 A씨의 어머니 D씨는 "A씨 키가 180cm인데 다리가 침대 끝에 닿으니 다리를 'X'자로 겹쳐서 뒀고, 긴 침대를 요청했으나 별 조치가 없었다"며 "입원 1주일 만에 다리가 X자 모양으로 아예 휘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해서 "어느 날 허벅지와 미골 중간에 1~2cm 크기 욕창이 생기더니 더욱 커졌다"며 미골 욕창이 7×5cm 정도로 까맣게 변했다고 말을 이었다.

좌측 발목 부위는 0.5×0.5cm, 우측 장골 부위는 1×1cm로 욕창 크기가 줄었으나 미골은 피가 나고 주변 조직 손상과 조직 괴사를 포함해 피부 상실이 있는 '제4단계' 욕창까지 진행, 2차례 수술 뒤 C병원에 전원했다.

A씨는 이 때문에 C병원 외에도 3~4곳 병원에 입원, 기존 병과 욕창 등의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 중 B병원에서 발생한 총 진료비는 405만4810원이다. A씨는 의료 보호 1종으로, 비급여 본인 부담 비용은 약 4만7000원이었다.

C병원의 경우 303만2114원 진료비 중 구청을 통해 288만여원을 지원, 실제 본인 수납 금액은 14만9600원이었으며 이외에도 욕창 치료로 183만6000원가량을 지급했다.

1차적으로 욕창 발생은 환자 관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므로 욕창 발생에 따른 책임은 병원에 있다. 한 전문위원은 거즈 드레싱을 매일 시행했다고 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타 과 협진 등 적극적인 처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 욕창 발생 후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괴사 조직 제거술을 시행한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욕창 확인 후에도 B병원 의료진은 항생제 처방, 소독(거즈 드레싱) 등 보존적 치료를 실시했을 뿐 균 배양 검사는 약 4개월 후에야 시행했다"며 "녹농균과 장구균이 검출됐는데, 항생제 치료도 적절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C병원 측 진단서에는 욕창 부위가 넓고 피부 조직 상태가 좋지 않아 피부 이식술 등은 큰 의미가 없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수술적 치료로 호전될 수 있는 시기를 놓친 것 같다는 견해다.

이를 고려하면 B병원 의료진의 욕창 예방, 처치상 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B병원이 A씨 욕창 발생과 악화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A씨는 의식이 없어 잦은 체위 변경 등의 조치가 성실하게 이뤄졌더라도 장기 입원, 영양 부족, 땀 등 노폐물로 욕창을 완전히 예방하기란 쉽지 않다.

의료분쟁조정위원회는 입원 당시부터 있었던 열, A씨 과거 병력 등의 요인을 감안, 공평 원칙상 병원 책임 범위를 '70%'로 제한했다. B병원이 A씨에게 총 465만여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정이다.

재산적 손해와 관련, B·C병원 등에서 욕창 관련 본인부담 진료비 236만1180원 중 30% 과실상계를 한 165만2826원, 비재산적 손해(위자료)는 △사건 경위 △상해 부위와 정도 △나이 등을 참작해 300만원으로 산정했다.

이런 가운데 '욕창 전담간호사'를 별도 운영 중인 이대목동병원의 사례를 살펴봤다. 이대목동병원에서는 병동 간호사들이 직접 환자 체위변경, 에어매트리스 적용, 환자 영양을 챙기는 등 이와 관련한 의무기록 작성이 규정돼 있다.

이와 함께 간병인들에게 욕창 관련 교육을 통해 간병인들도 수시로 체위 변경과 같은 예방적 중재행위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이러한 대처에도 욕창이 발생할 시 신고절차를 거쳐 보고되며 욕창 전담간호사가 환자를 관리하고 있다.

◆용어설명

욕창 : 압력에 의해 골격이 튀어나온 부분에 피부가 상처 나거나 조직 괴사가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욕창은 침범 조직 깊이에 따라 흔히 5단계로 분류된다. 일단 발생하면 치료가 어려우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2시간마다 한 번씩 자세를 바꿔 주는 것이 좋다.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 : 패혈증, 전신감염, 만성기도 감염증과 췌낭포성 섬유증 환자에게 난치성 감염을 일으키는 병원성 세균이다.

장구균(Enterococcus faecium) : 포도당을 분해해 락트산을 만드는 연쇄상 구균으로, 열에 대한 저항성이 강하며 일반적으로 병원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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