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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고달파요, 해외체류"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 하소연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15.03.12 11:35:47
[프라임경제] 아시아나항공이 해외운항 시 조종사 및 승무원들의 체류호텔을 사전에 동의 없이 변경하거나 직원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등 사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체류호텔은 조종사나 승무원들이 다음 비행을 위해 잠시 몸을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임에도 사측이 원가절감 등을 이유로 저렴한 공항 주변이나 시내와 동떨어진 곳으로 체류호텔을 선정하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체류호텔 인근 패스트푸드점 내부. 마약중독자 등 불량해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 홈페이지

아시아나항공 노조로부터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해외체류 항공사 직원들에게 주어지는 체류경비가 턱없이 적어 취약한 환경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고, 특히 피곤한 상태로 다음 비행에 나서야 하는 경우가 많아 안전한 운항 서비스에 저해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체류호텔은 안전하고 편안한 휴식은 물론, 식당이나 편의점 등 최소한의 편의시설이 있어야함에도 각종 소음에 노출돼 휴식을 취하기 어렵거나 식사를 하는 것 마저 힘든 곳으로 변경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일부 승무원들은 토로하고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 관계자의 얘기입니다. 

"체류경비가 적어 호텔 밥도 먹지 못하고, 밥 한 끼 먹으려고 시내까지 지친 몸을 이끌고 가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가 놀러 간 사람들도 아니고 일하러 간 사람들인데 회사가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먹고 자는 문제는 해결해 줘야 되는 것이 아닙니까." 

한 승무원은 안전문제와 연관 지어 지적합니다. 

"조종사나 승무원들의 피로는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실수를 범할 확률을 높입니다. 항공안전에 위협을 가하기 때문에 안전한 운항을 위해서라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여건이 반드시 제공돼야 하는 것이죠."

"무엇보다 체류호텔은 조종사와 승무원들의 식사와 교통이 쉽게 해결될 수 있도록 위치가 중요한데, 체류호텔이 시내에 위치해야 시차는 물론이고 컨디션이나 스케줄에 맞게 동선을 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측은 이러한 점들을 간과하고 있어 승무원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파리 체류호텔 내부. 한 겨울임에도 난방이 안 되는 방이 많고, 고쳐달라고 요구해도 수리공이 없다는 이유로 방을 바꿔주거나 작은 히터 정도를 제공하는 등 서비스 질이 낮다고 한다. ⓒ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 홈페이지

기자가 접한 몇몇 승무원들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선정한 체류호텔에는 복도 카펫이나 벽이 뜯어져 있는 등 낡은 곳을 비롯해 △겨울철 난방이 되지 않는 곳 △호텔 인근에 마약중독자나 정신이상자 등으로 가득한 곳 △식사가 제공되지 않는 곳 등으로 다양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통상임금을 낮추려 취업 규칙을 변경하면서 직원들의 반강제적 동의를 요구해 노조와 갈등을 빚은 바 있죠.  

아시아나항공노조 측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2월 임금피크제 도입 및 상여금 지급 기준 변경 등의 내용을 담은 '취업규칙 변경 동의서'를 직원들에게 받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직원들로부터 사측의 동의 종용과 협박을 받았다는 증언이 나온 바 있습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노조는 "사측이 취업규칙 변경에 필요한 근로자 과반 이상의 동의를 얻기 위해 직원들에게 인사상이나 금전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압력을 가하는 식의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경우 소수 직원만 혜택을 받게 되는데, 그러면 직원 간 임금 격차가 커져 위화감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더 많은 직원이 골고루 혜택을 제공하고자 내린 방침이다"라며 "강압적 동의 요구가 있었다는 것은 소수 노조원의 주장으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죠. 

객실 승무원의 피해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오히려 이들에게 갑의 횡포 및 회사의 이익을 위해 불법행위를 가하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입니다.

승무원들은 업무 특성상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항상 웃으며 친절하게 고객을 응대하고 있는데요, 성추행이나 폭언, 폭행 등에도 많이 노출돼 있어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로 불리기도 하지요. 이들의 인권과 노고에 대한 배려가 시급해 보입니다만 사측에서는 승무원들의 처우나 요구에 대해서는 방관하거나 문제 제기조차 못 하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전언입니다. 

승무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고충을 이해해줄 곳은 다름 아닌 회사일텐데, 회사로부터 박한 대접을 받는 이들의 처지가 안쓰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현직 승무원 박민정(여·가명)씨의 하소연입니다.    

"일을 하다보면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낄 때가 많지만, 무조건 참는 경우가 다반사지요. 고객 불만이 들어오면 인사고과에 반영되기도 하고, 징계로 재교육까지 받아야 하는 경우도 생기니까요. 근무환경 자체가 승객이 잘못하더라도 책임은 승무원이 져야 하는 구조라서 그렇습니다. 이런 사정을 회사 측이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 저희들의 입장을 헤아려주지 않을 때는 매우 서글픈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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