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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대중공업, 재해를 처리하는 '갑의 방식' ②

"서류상 하자 없다" vs "명백한 계약 위반"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18.09.14 15:37:13

[프라임경제] 현대중공업 하청사인 대한기업 직원 재해 처리 과정에 대한 양사의 입장 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절차에 의해 최선의 처리를 했다고 주장하는 현대중공업과 일방적으로 '갑'사에 유리한 방식으로 손해를 '을'사에 전가했다는 대한기업의 주장 사이엔 더 큰 간극만 확인될 뿐이다.

▲지난 7일 정의당이 주관한 대기업조선3사 갑질격파 결의대회 구호. ⓒ 프라임경제



지난 2015년 9월2일 현대중공업 4도크 북편 PE장에서 작업 중이던 대한기업 소속 하청 근로자 A씨는 12미터 아래로 추락해 같은 해 10월5일 사망했다. 

현대중공업은 이튿 날 "자사 신호수가 재해자 일행의 대피 상태 확인을 못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직원 과실을 인정했다.

김도협 대한기업 대표는 "본 재해는 현대중공업 과실이 100%인 사고였다"며 "현대중공업이 재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질 것처럼 얘기했지만 재해 처리 과정에서 대한기업에 일정 비용을 전가하는 갑질을 저질렀다"며 억울함을 표출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에서는 "관련자 징계 등 행정 조치를 취했고, 유족과 원만한 합의를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며 "현대중공업이 갑질을 했다는 것은 대한기업의 일방적 주장이며,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했다. 

◆서류상으론 현대중공업 '勝'…갑질 사실 증명 여부가 관건 

대한기업과 현대중공업이 제시한 자료를 확인했을 때, 분명 현대중공업의 논리도 합당한 것으로 보인다. 안전사고 발생 책임을 물어 자사 직원을 징계했고, 합의서엔 유족과 김도협 대표가 당사자로 한정돼 있을 뿐 현대중공업은 합의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현대중공업 주장처럼 문서 상 합의에 참여한 흔적은 전혀 없다.

또한 현대중공업과 대한기업 간 작성한 '지급이행 합의서'와 '선지급금 반환 청구서'상으로는 대한기업과 현대중공업 간 대금 지불 합의가 원만히 이뤄진 것으로 기록돼 있다.

표면적으로 현대중공업은 대한기업의 문제제기를 부정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대한기업은 모든 서류가 현대중공업의 일방적 강요에 의해 작성됐다며,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김도협 대표는 "현대중공업이 서명을 강요했다. 말하기 부끄럽지만 제대로 내용도 파악하지 못한 채 서명만 했을 뿐이다. 이렇듯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고 서명만 강요했는데, 이제는 그 서류가 현대중공업에 유리한 증거라는 사실이 우습다. 서명 외엔 아무 것도 못 하도록 만든 게 갑질이 아니면 무엇이냐?"라며 억울해 했다.

업계에서도 현대중공업이 서류 작성 과정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고, 강요나 회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필요에 따라 불법파견을 요구하기도, 계약을 해지하기도 하는 등 갑질이 일상화 돼 있는 회사"라고 비판하며 "이 과정에서도 자신이 유리한 상황으로 이끌기 위해 문서를 확보한다. 이처럼 유리한 근거 확보를 위해 대한기업에 서류 서명을 강요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법조계에서는 실질적 주체 대신 대한기업을 내세웠을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 나오기도 했다. 민변 권영국 변호사는 "협의회를 내세워 합의를 하는 것은 현대중공업뿐만 아니라 다수 대기업의 교섭 수법"이라며 "실질적 서류의 작성 주체는 현대중공업인데 하청인 대한기업을 동원한 것으로 이해하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질적 합의 주체인 현대중공업이 서류 상 책임의 주체라는 사실을 남기지 않으려고 이상한 방법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한기업 역시 "상식적으로는 합의 과정에 참여하지 않고 합의서에 서명하는 게 말이 안 되는 상황처럼 보일 것"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갑과 을 사이에선 불합리하거나 비도덕적인 상황이 중요한 게 아니다. 갑이 요구하면 을은 거역하지 못할 뿐"이라며 한숨 쉬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대한기업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거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는 말로 답변을 회피했다.

업계에선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이 문서 상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 관계자는 "대한기업이 현대중공업의 강요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서류 상 허점이 없는 현대중공업의 논리를 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사도급 기본계약 위반" vs "김 대표 직접 서명, 통상 문구일 뿐"

지급이행 합의서와 재해보상금 선지급금 반환 합의서가 '공사도급 기본계약서 제4조 사항' 위반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반환 합의서가 '공사도급 기본계약서 제4조 사항'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 제보자 제공 사진 중 발췌



현대중공업과 대한기업 간 맺은 기본도급계약 제4조에는 '도급인은 수급인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계약조건(이하 부당한 특약)을 설정해서는 안 된다'와 '도급인이 부담해야 할 산업재해 관련 비용을 수급인에 부담시키는 약정은 부당한 특약으로 본다'는 내용이 있다. 

김 대표는 "도급인이 부담해야 할 산업재해 비용을 수급인에게 부담시킨 행위는 명백한 부당 특약 금지 계약 위반"이라며 지급이행 합의서와 재해보상금 선지급금 반환 합의서 자체를 부정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문서에 포함된 '일체의 구상권 청구 권리를 포기하고 민‧형사상 법적 문제와 이의 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문구는 서류에 통상적으로 삽입되는 문구"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본 문구는 당사자 일방의 이익을 부당 침해하는 규정이 아니며, 기본도급계약 위반사항으로 보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어서 "두 건의 합의서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작성된 서류로 이를 문제 삼는 것은 대한기업의 일방적 입장일 뿐"이라고 단정했다. 

◆"대한기업도 책임 있다"…"전과자 된 것도 억울한데"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본 건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모든 책임이 현대중공업에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이라며 "대한기업도 재해에 일정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작업시간, 연장근로 결정 책임은 전적으로 대한기업 소관이라는 점 △직원의 업무 투입에 대한 관리는 대한기업의 의무인 점을 들었다.

관계자는 "물론 재해의 직접 과실은 현대중공업 직원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직원의 일정 관리 책임이 대한기업에 있는데 과실이 있던 직원이 원청 소속이라는 사실 만으로 오롯이 모든 책임을 현대중공업으로 모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재해자에 보상했다는 의미는 과실을 인정했다는 의미고, 절차 상 하자 없이 책임져야 할 부분을 책임 진 것"이라며 자신의 도리는 다했다는 입장.

▲김도협 대표는 "작업지 경사가 심해 크레인 작업을 하지 않는 곳인데 현대중공업 지시로 작업했다"며 현장 사진을 제공했다. 푸른색 페인트칠이 곡선으로 돼 있는 것으로 미뤄 경사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제보자 제공 사진



대한기업은 현대중공업의 이 같은 주장이 말도 안 된다며 전면 부정했다. "당시 작업한 곳은 경사가 심해 크레인 작업을 하지 않는 곳인데 현대중공업의 지시로 작업했다. 

또한 그 자리는 트랜스포터의 이동 통로라 낮에 작업할 수 없어 밤에 작업한 것이며, 원청의 갑작스런 지시로 작업을 한 것인데 이제 와서 책임을 떠 넘긴다"며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 일로 나는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혐의로 울산지법으로부터 징역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반면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 대표는 벌금 500만원형을 받았을 뿐이다"라며 "작업을 지시한 원청은 실형을 안 받고 시키는 일만 한 나만 실형을 받는 건 불합리하다"라고 푸념했다.

본 건의 주요 쟁점은 '산업재해 안전을 위한 조치(작업자의 안전모 착용 확인 의무)'였기 때문에 재해의 직접적 과실 여부나 원인과는 별개의 사안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현대중공업이 위험을 알고도 작업을 지시한 점을 참작했다면 내게만 실형을 선고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판결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8월말까지 기다려라" 말한 뒤 '묵묵부담'으로 일관 

대한기업은 지난 4일 현대중공업에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대한기업은 내용증명을 통해 "현대중공업에서 청와대 국민청원을 내리면 합의하겠다는 요청을 당사에 통보했으나 당사는 거절의사를 밝혔다"는 내용과 "2018년 8월14일 귀사 직원과 대한기업 대표의 친형이 현대호텔에서 만났고, 그 자리에서 같은 달 31일까지 언론접촉 및 조선3사 갑질피해 비대위 만남, 김종훔 국회의원 만남 등에 대한 자제를 요청하면서 31일까지 답변을 줄 것을 약속해 당사는 아무런 접촉과 만남을 자제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는 내용을 밝혔다.

김 대표는 "현대중공업은 회유와 협박을 교묘하게 섞어가며 자신이 만든 테두리에서 있길 바란다"고 지적하고 "이것을 어떻게 협상으로 볼 수 있는가.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반전시키기 위한 시간끌기 전략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업체 유지를 위해 현대중공업의 말을 믿고 참고 버틴 세월을 후회한다"라며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지만 현 상황을 정확히 알려 대기업의 횡포에서 이겨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대한기업으로부터 내용증명을 받았다는 사실이 있다고 밝혔지만 사실 확인을 위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선 "대한기업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거나 근거가 부족한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며 답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정치권에서도 조선사 대기업 갑질에 우려 표명 

한편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3사의 하청 갑질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정치권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에서는 지난 8월28일 '대기업 하도급 갑질 피해 증언대회' 개최를 시작으로 지난 7일에는 '대기업조선3사 갑질격파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고질적 갑질 문화 개혁의 선봉에 나섰다.

▲대기업조선3사 갑질격파 결의대회 당시 퍼포먼스. ⓒ 프라임경제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장을 맡고 있는 추혜선 의원은 "조선업 불황의 여파를 하청업체와 노동자에 전가하는 갑질 구조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라며 "정의당은 고질적 갑질 타파를 위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하도급 갑질 문제를 심각하게 다룰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서 "조선3사 하청업체들은 단가 후려치기와 선시공-후계약 등 갑질에 노출돼 있으며, 업계 보호를 위해 4대보험 납부 유예 정책을 시행했더니 원청사가 보험료만큼 단가를 낮추기도 했다"라며 "원청의 갑질만 막아도 노사 문제 중 상당 부분이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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