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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스튜어드십 코드' 시장 자율성 침해 우려

고배당과 영향력에만 관심, 기업 경쟁력 약화 불씨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2.14 16:27:23

[프라임경제] 기업은행이 사외이사 추천 등 KT&G 경영 참여에 열을 올리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KT&G의 2대 주주로, 과거에는 최대주주이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아이칸의 KT&G 경영권 공격 과정에서 백기사 역할을 한 바도 있다.

KT&G 주가가 떨어지면 은행 건전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려는 이런 방침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풀이가 나온다. 일부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즉 기관투자자의 역할론에서 이번 사안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기업은행이 KT&G의 지분 보유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해 공시한 배경과 과거의 백기사 역할과는 양상이 다르다고 본다.

기업은행, 자체 경영 '낙제점' 

우선 기업은행 스스로가 근래 감사원에서 창업기업 연대보증 관련 지적을 받는 등 일반적인 경영 판단의 건전성과 원칙 면에서 하자가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기업은행은 연대보증 면제대상 기업이지만, 창업이나 벤처기업 거래 면에서 397건의 연대보증 체결을 해 빈축을 샀다.

기업은행이 이 같은 행보에 스스로 나섰다면 김도진 행장이 외쳐온 동반자금융의 허상이 드러난 것이 돼 CEO 리스크에 다름 아니다.

KT&G의 백복인 사장 연임 건은 3월 주주총회에서 결정되는데, 보건복지부 산하인 국민연금에서는 모호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기재부에 가까운 기업은행이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얘기다.

기획재정부가 기업은행 지분 51%선을 보유한 최대주주라는 점이 초점이다. 기업은행보다 지분이 많은 국민연금이 있지만, 국민연금은 근래 문제가 됐던 삼성물산 사건에서 보듯 경영권 행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위에서 설명한 여러 인연으로 기업은행은 KT&G의 실질적인 대주주 역할을 해왔다. 여기서 기업은행에서 기재부로 다시 이어지는 KT&G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력 루트를 그려볼 수 있다.

▲기업은행이 주주 경영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 배경과 효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그 대상인 KT&G 건물. ⓒ 프라임경제

민영화된 KT&G에 정부 부처(기재부) 내지 기타공공기관(기업은행)의 영향력 운운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볼 수 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하지만 민영화된 은행권이 아직도 금융기관 소리를 듣거나, 경영진 연임 등에서 당국 간섭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공목적을 가진 영역에 사실적 영향력을 당국이 쉽게 전면 포기하는가 쉽게 단언하기 어렵다.

당국이 담뱃세 등 국가 정책 집행 면에서 밀접한 관련이 있는 KT&G를 그야말로 일반적인 기업처럼 다룰지 의문이라는 음모론은 이런 점에서 일정 부분 합리적 의심으로 전환될 수 있다.

KT&G는 담뱃세 등의 문제에서도 정부와 손발 맞추기를 할 파트너로 요긴하지만, 고배당 측면에서도 쉽게 수중에서 놓기 아까운 존재다. 과거 기업은행이 KT&G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2010년 보유 지분 기준으로 285억원, 2011년 304억원, 2012년 304억원, 2013년 304억원, 2014년 323억원, 2015년 323억원, 2016년 342억원에 달했다.

KT&G는 올해에도 고배당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KT&G는 지난해 회계연도의 주당 배당금을 2016 회계연도보다 200원 이상 증액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는 게 업계 내외의 이야기다.

기업은행 역시 고배당 종목 중 하나다. KT&G에서 기업은행, 기재부로 이어지는 배당 파이프라인 면에서나 기업은행 등 유관업체들의 재편성 문제 즉 지주사 전환 등에서도 기재부 눈치 보기 관행은 뿌리 깊다.

국민연금, 오얏나무 아래 갓끈 고치기 논란 비껴가 대조적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도입 문제에서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적극적인 기금 역할론 필요성을 느끼는 것은 사실. 하지만 다만 지나치게 연금 사회주의로 치닫지 않도록 견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이달 2일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지침 개정안'을 심의, 의결할 예정이었지만 회의를 진행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양날의 검인 스튜어드십 강화 문제를 고려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개정안에는 기금운용위 산하의 의결권전문위원회가 이사 선임 또는 합병 등 주요 주주총회 안건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보류된 것. 우선 내달 백복인 사장 연임 건에서부터 당장 국민연금이 나설 수도 있었지만, 기금 사회주의 우려 등 모든 문제를 돌다리 두드리듯 처리한 다음에 움직이는 게 낫다는 점에서 이 같이 속도조절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역시 백복인 리스크 등 구설수를 모르지 않는다. 스튜어드십 강화 필요성은 기금 운용의 사회적 정당성과 역할론 강화라는 측면에 기인하기 때문에 기업은행이 정부 출자로 KT&G 지분을 갖게 된 사례보다 국민연금의 의무감이 훨씬 더 크다.

그럼에도 한쪽에서는 과도한 영향력 행사 논란을 빚을 만큼 적극적이고 거칠게 움직이고 있고, 한쪽에서는 조심스럽게 개편을 타진하고 있다.

스튜어드십이라는 키워드로만 정당화하기에는 어려운 입체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기업은행이 대리전 의혹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게 가장 적합한 처신이 아니겠냐는 비판도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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