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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파라다이스의 우울 '80억 살살 녹는다'

김수현 '리얼' 15억 현금 등 80억 후원, 혹평만 남아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17.06.29 11:58:25

[프라임경제] 한류스타 김수현을 앞세운 영화 '리얼'이 28일 개봉 직후 역대급(?) 평가 속에 화제입니다.

입대 전 20대 배우로서의 마지막 방점을 찍을 작품이라는 주연배우의 고백과 설리의 파격노출, 이경영, 성동일, 이성민 등 연기파 배우들이 즐비했는데요. 정말 망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았던 작품이 난도질에 가까운 혹평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배우 김수현과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이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영화 '리얼'을 재현해 제작된 김수현의 밀랍인형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파라다이스

시작은 지난 26일 진행된 언론시사회였습니다. 개봉을 불과 이틀 앞두고 진행된 '리얼' 시사회는 묘한 기시감을 자극했습니다. 일부 완성도 떨어지는 영화들이 종종 개봉 직전 시사회를 열어 비난 여론을 최대한 묻으려는 시도가 있었거든요.

여기에 후반작업 도중 하차한 이정섭 감독 대신 메가폰을 잡은 이사랑 감독에게 관심이 집중됐는데요. 수려한 외모가 증명하듯 배우 김수현의 친인척으로 알려진 그는 제작사 대표로 처음 작품에 참여했고 감독 경력은 전무한 신인입니다.

경력이 곧 실력은 아니므로, 관객들은 제작비 135억원짜리 대작을 첫 필모그래피 삼은 이사랑 감독에게 기대를 품었습니다.

그러니까 137분 러닝타임에 돌입하기 전까지 말입니다. 고로 기자를 포함해 작품을 직접 본 관객들의 반응을 일일이 언급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영화평론가 겸 작가 '듀나'가 본인 SNS에 작성한 '리얼' 언론시사회 후기. ⓒ 트위터

개봉 첫날 '리얼'은 전국 15만 관객을 불러 모았으나 김수현의 전작 '도둑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흥행성적은커녕 손익분기점(320만 동원)을 넘을지도 미지수입니다. 역대급 관람평으로 눈길은 끌었는데 노이즈마케팅이 만능이 아니니까요.

물론 배우의 흑역사이자 신인 감독의 무모한 도전으로 친다면 영화 '리얼'은 가벼운 해프닝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80억원 상당의 회사 돈이 '살살 녹아내리는' 것을 눈앞에서 본 경영진, 투자자들도 같은 마음일지 모르겠습니다.

앞서 2015년 10월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은 김수현이 주연을 맡은 영화에 80억원 규모를 후원한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전필립 회장은 "이 작품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관객도 사로잡을 수 있는 영화이며 우리나라 문화창조산업 확산을 위해 후원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특히 "복합리조트 사업을 강화해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죠.

그 영화가 '리얼'이고 영화 속 배경이 된 카지노가 바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입니다.

▲영화 '리얼'에 대한 또 다른 언론시사회 후기. ⓒ 트위터

물론 당시 중국인 관광객은 국내 경제에서 효자 노릇을 했고 파라다이스로서도 가장 돈 되는 고객층이었습니다. 전필립 회장이 강조한 파라다이스그룹의 비전은 명확했으며 근거도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상황은 다들 아시는 것과 같습니다. 특히 1조3000억원짜리 동북아 최대 복합리조트를 출범시킨 파라다이스의 속은 더욱 쓰린데요.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지금, 금융투자업계에서 파라다이스에 대한 평가는 냉랭합니다. 불과 2개월 사이 영업이익 전망치가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고 단기적인 실적악화는 피할 수 없다는 게 객관적인 판단으로 통합니다.

▲29일 코스닥시장에서 파라다이스 주가 흐름. 장중 3% 이상 하락하고 있다. 아래는 지난 3년 동안 회사 주가 추이. 2015년 8월을 정점으로 하락세다. ⓒ 네이버증시

코스닥시장에서 파라다이스 주가는 최근 한 달 동안 11% 가까이 밀렸고 29일 장중 3% 넘는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80억원 상당을 투자한 한류 콘텐츠가 장렬하게 산화한 것도 투자심리 위축에 한몫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파라다이스 측은 80억원이 순수하게 현금으로 투자된 것은 아니라며 진화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특히 촬영현장을 국내외 관광객과 한류 팬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 랜드마크 삼으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파라다이스그룹 관계자는 "80억원 후원 내역에서 실제 현금으로 집행된 것은 15억원 정도이고 나머지는 광고권 구매대금과 파라다이스시티 내 촬영세트장 제작 등 제반비용이 모두 포함된 수치"라며 "영화에 등장하는 촬영공간은 국내외 방문객에게 공개하고 수익형 사업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는 전필립 회장과 파라다이스그룹 모두에게 중요합니다. 국내 카지노시장은 마카오(33조원 규모)의 3% 정도로 규모가 아주 작은 데다 공기업 GKL의 등장으로 독점권을 놓친 파라다이스로서는 1조2000억원 넘는 재원을 쏟아 부을 만큼 절박한 승부수인 셈이죠.

그러나 지난 4월 1차 개장 이후 파라다이스시티는 속된 말로 '오픈발'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이 리조트에서만 지난 1분기 124억원 상당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는데요.

적어도 중국과의 사드 갈등이 대타협을 이루거나, 일본에서 VIP 고객을 대규모로 유치하거나, 적어도 국내 최고의 '대세 피서지'로 등극하거나 등 국면을 전환하지 않고는 딱히 해결책이 보이지 않습니다.

국가 간 군사방어 시스템을 일개 민간 기업이 좌우할 수는 없으니 파라다이스의 실적 악화는 불리한 외부환경 탓이 맞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투자결정과 집행에서 '디테일'을 고민하지 않는 것은 경영진의 책임입니다.

간판급 한류스타와 자본만 있으면 무조건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는 무모했고 '케이(K)팝'과 '케이(K)뷰티'를 달면 시장에서 절대 패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은 근거가 빈약했습니다. 영화 '리얼'은 이런 디테일 없는 투자결정이 만들어낸 괴작입니다.

워렌 버핏의 '15% 스승'으로 불리는 미국의 투자가 필립 피셔는 15가지 투자원칙을 강조했는데요.

전부를 열거할 필요 없이 몇 가지 핵심을 정리하면 △훌륭한 경영자가 깊이있는 경영을 하는지 △기업의 경영·투자방향이 앞으로 최소 몇 년 동안 충분한 잠재력과 성장성을 갖췄는지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회사가 성장하는지 △충분한 재무자산이 요구될 때 현재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하지 않는지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전필립 회장과 파라다이스 경영진은 과연 어떤 고민을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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