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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롯데쇼핑 블록딜 '상법개정안 위기' 활용 판세전환?

4조 투입 '신동빈 체제' 구상에 추가 출혈 강요…역공세 과단성 눈길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2.17 11:29:47

[프라임경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보유 중인 약 4000억원 규모 롯데쇼핑(023530) 지분을 처분하기로 하면서 어떤 포석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인지, 혹은 다른 노림수를 위해 일보 후퇴를 선택한 것인지 의견도 분분하다.

17일 IB업계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롯데쇼핑 지분 173만883주(5.5%) 매각을 위한 블록세일(대량매매거래)에 착수했다. 이지영 NH증권 연구원은 "신 전 부회장이 보유 중이던 롯데쇼핑 지분 5.5%를 블록딜 추진하는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영권 분쟁의 종료 혹은 더 강력한 분쟁을 위한 현금확보로 예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 입장에서는 경영권 분쟁 종료 시나리오가 주가에 더 유리하다"고 그는 부연했다.

'값 후려쳐 실탄 확보' 항복 신호?

하지만 두 가능성 사이에서 굳이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기에는 여러모로 석연치 않다는 해석도 따른다.  

신 전 부회장 측이 내놓은 가격은 16일 종가(25만4000원) 대비 8.7~12.6% 할인된 22만2000~23만2000원으로 알려졌다.

현재 롯데쇼핑은 오를 일만 남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소강 상태로 접어들거나, 혹은 사실상 항복하는 경우 굳이 지금을 시점으로 택할 이유가 마땅찮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또 있다. 롯데쇼핑은 현재 2%에 불과한 ROE로 고심 중이다. 때문에 이 사안을 떠받치는 차원에서 신 전 부회장이 주문을 낸 것이 아니고(경영권 분쟁의 마무리를 위해), 주요주주 출혈을 크게 하기 위해 할인된 가격에 값을 제시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특히 여기서 같이 살펴볼 문제는 롯데쇼핑 지분을 활용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번 블록세일로 신 전 부회장의 롯데쇼핑 지분은 13.45%에서 7.95%로 줄어든다. 그런데 그나마 남은 지분에 대해서도 굳이 그가 안고 가는 것을 포기한다면? 담보대출을 한 부분을 이번 블록세일에 이어 포기한다면, 사실상 그는 롯데쇼핑 지분을 모두 처분한 셈이 된다.

형이 이처럼 손을 떼 버려도 동생 신 회장으로서는 이 지분을 포기할 수 없다. 오롯이 롯데쇼핑과 롯데호텔을 합쳐 한국에서의 자기 영향력 강화를 위한 마지막 작업을 할 때까지 안고 가야 한다. 값이 더 좋아질 가능성을 접고, 지금에서라도 모든 부담을 동생에게 떠안기고 매각 자금 약 4000억원을 쥐고 롯데쇼핑 전선에서 이탈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신 전 부회장은 이 돈을 가지고 다른 쪽으로 전선을 확장하려 할 수 있다.  

▲신동주 발 블록세일 이슈가 불거지기 전의 롯데 지분구조. 이 구조에서 롯데호텔과 롯데쇼핑을 합치는 게 신동빈 체제 완성의 관건이다. 그런데 이번 블록세일은 사실상 롯데쇼핑 전선을 포기한다는 신동주 진영의 결단으로 읽힌다. 동생이 짠 판에서 다투지 않고, 아예 밖으로 나간다는 광야 작전인 셈이다. ⓒ 프라임경제

상법 개정안 고려 '치킨 게임'서 먼저 이탈?

어차피 블록세일 시도 전에도 롯데쇼핑의 경우 '신동빈 vs (신격호+신동주)' 지분 대결은 박빙이었다. 문제는 이 박빙 구도를 꼭 안고 장기전으로 가도 '신동빈 체제' 강화를 막을 만큼의 확고한 우위를 장담할 수는 없다는 점에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지주회사 전환 등에 요긴한 카드, 즉 자사주의 의결권 부활 가능성에 대해 원천 차단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대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14일 보고서에 의하면 모의실험 분석시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를 도입하면 10대 기업 중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 LG전자(066570), SK이노베이션(096770) 등 주요 회사에서 외국 투자자들이 원하는 감사 위원을 모두 선임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것이 대규모 출혈 효과로 이어진다는 것. 한경연은 특히 이 제도 도입 시 롯데쇼핑은 의결권 행사에 있어 국내 지분의 40% 이상이 사라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김윤경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감사위원 선출 등 의결권 대결에 있어 현실적으로 대주주 등 국내 투자자들은 3% 의결권 제한을 크게 받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롯데쇼핑과 호텔롯데를 합쳐 한국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일본롯데홀딩스 등의 영향력이 현해탄을 건너오는 것을 차단하려는 '신동빈 체제'의 구성안에서는 대단한 부담이 되는 상황으로 보인다.

신 전 부회장으로서도 이 같은 문제는 부정적 이슈가 된다. 아예 '동생이 짜놓은 판에서 아예 손을 터는' 시도, 즉 '발상의 전환'을 하는 것도 괜찮은 해법이 된다. 빨리 지분을 털면 무기를 버리는 아픔이 있긴 하지만, 신 회장이 겪는 부담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신동주 진영, 대신경제연구소 당부에 '엇박자'

이 대목에서 다시 대신경제연구소의 2016년 11월 보고서를 떠올려보자. "롯데그룹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순환출자 해소와 그룹 지주회사 설립을 공식화했는데 순환출자 해소에 1조∼2조4000억원, 호텔롯데 중심의 지주회사 전환에는 4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돼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왼쪽)과 신동주 전 부회장. ⓒ SDJ코퍼레이션

이 연구소가 생각하는 해법은 롯데가 앞으로 4대 BU 단위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지주회사(가칭 롯데홀딩스)를 운영하되 신동주-동빈 형제 간 갈등 대신 협치를 해서 일본 쪽 지분 간섭 등에 대처하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반대로 이번 블록세일로 얻을 약 4000억원을 활용해 신 전 부회장이 동생 신 회장과의 장기적 갈등을 위해 일본의 롯데 관련 지분을 사들이는 등 '액션'에 나선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 지분의 우위만 갖고도 사실상 거의 비등하게 신 회장을 괴롭히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호텔롯데 등 한국 지배구조 완성의 주인공들과 연관 코드를 갖는 일본롯데홀딩스나 종업원지주회 등에 실탄을 투입한다면 갈등 가능성은 더 격화될 수 있다. 

결국 신 전 부회장의 이번 도전은 한국에서의 경제민주화 법안 등장 임박 국면에서 동생이 짠 판에서 뛰쳐나가는 극단적 선택을 함으로써 출혈을 강요한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일본과 한국의 관계 정리에서 양쪽을 모두 쥐되, 서로 간에 연관성 정리를 하는 데 있어 '신동빈 체제'에 부담이 없게 하려는, 즉 신 회장으로서는 지출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형 신 전 부회장이 굳이 이런 '소프트 랜딩' 가능성에 반기를 들면서 추가적인 지출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확고히 장악함으로써 일본 쪽이 부득이 따라움직이게 하려던 신 회장의 큰 그림에 먹물이 튄 셈이다.

일본과 한국 양쪽을 모두 전선으로 삼겠다는 신 전 부회장의 새 그림이 신 회장쪽 그림을 완전히 덮어버릴 수 있을지 혹은 작은 얼룩 정도로 제압당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신 전 부회장 측에 전체적인 판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단히 공격적이고 스마트한 부하들이 조언을 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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